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개발을 경계하며 대중(對中)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대만 TSMC가 중국 고객사에 AI칩 판매를 하지 않겠단 뜻을 전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미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TSMC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FT에 따르면 TSMC는 11일부터 7나노미터 이하의 AI 칩 주문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중국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그간 7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는 미국의 라이선스를 받으면 수출할 수 있었지만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관련 AI 칩의 공급을 위해서는 미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엔비디아 등 미 기업들에 중국에 최첨단 AI 칩을 수출하는 걸 금지한 바 있다. 또 2020년 9월부터는 TSMC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칩 제조사들이 중국에 AI 칩을 수출하지 않도록 광범위한 수출 통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화웨이의 AI 칩셋에서 제재 대상인 TSMC 칩이 들어간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TSMC는 “어떤 잘못도 없었다”며 “미 상무부와 협력해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 로이터통신은 9일 “TSMC가 대중 수출 중단을 결정한 것은 미 상무부가 TSMC에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FT는 “이번 조치는 반도체 설계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중국 기술 대기업에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의 AI 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TSMC의 결정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등장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 초 “대만이 미국의 칩 산업을 거의 100% 가져갔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FT는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TSMC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신뢰할 수 없거나 비협조적인 회사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트럼프를 위한 쇼라기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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