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모든 실질적인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사진)은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퓰너 회장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보다 (한미일) 모두 더 강력한 억제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며 “차기 미 행정부는 (한미일) 연합 훈련 등 3국 안보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역량 강화와 북-중-러 협력에 따라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 획기적인 수준의 억제력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는 강력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핵 동결을 대가로 한 제재 완화 요구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해선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은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의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넘을 경우에 적들이 마주하게 될 결과를 명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北 ‘핵동결’ 대가로 제재완화? 트럼프에 더는 그런 요구 안통해”
[트럼프 재집권]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인터뷰 “트럼프, 비핵화 대화 믿지 않을 것… 中역할 강조보다 한미일 억제 강화 韓, 양국 안보관계서 제몫 하고있어… 트럼프, 조선업 협력 요청 기쁜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핵동결) 합의를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핵동결을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차기 행정부 대외 정책의 모토로 내건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핵화 목표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보다 우리(한미일) 모두 더 강력한 억제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며 차기 미국 행정부가 한국, 일본과 안보 협력 강화로 북한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 대선 결과가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탈(脫)냉전 시대에 적합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방 및 안보 정책에서 ‘힘을 통한 평화’가 다시 미국 대외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다. 미국의 방위 역량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동시에 동맹국들이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더 많은 기여를 요청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는 뭘까.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신뢰성 회복’을 목표로 했고, 아시아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에 기여를 했다. 하지만 아마추어적이었고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과제로 남겼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간의 파트너십은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더 큰 충돌의 서곡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어떻게 대응할까.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적 접근 방식은 친구와 적, 모두의 균형을 깨고 예측 불가능성을 장점으로 만드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의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넘을 경우 적들이 마주할 결과를 명확하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북한의 도움을 받은 대가로 최신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위협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새로운 도전에 맞서기 위해 동맹국들과 공동 대응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과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혔다.
“북한과의 대화는 강력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로드맵을 고수하고 대북제재를 시행해야 한다. 또 한미 군사훈련을 유지하며 인권 문제를 제기하되 과격한 발언으로 인한 긴장 고조를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핵동결을 대가로 북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단 관측도 있다.
“그런 합의를 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 북한이 진정으로 존중하는 것은 단결된 힘이다. 미국은 다년간의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요구는) 통하지 않을 것(not going to work)이다.”
―한국과 전술 핵무기 재배치가 논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미는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모든 실질적인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오랜 친구인 정몽준(아산정책연구원 명예 이사장)이 수년에 걸쳐 핵무기 정책 논의에 건설적으로 기여한 것에 감사한다. 북한의 핵 역량이라는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한미가) 논의의 틀을 넓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의 주목을 끌만 하다. 북한은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미국 새 행정부는 합동 훈련 등 3국간 안보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보다 우리 모두 더 강력한 억제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가 한국이 양자 안보 관계에서 자신의 몫을 하고 있다(pulling its own weight)는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규모나 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은 아시아에 핵심적인 국익이 있지만 혼자서 이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없다. 미국은 필수적인 동맹국, 특히 한국, 일본과 협력해 역내 평화와 번영을 증진해 상호이익이 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대만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미래의 방향이며 트럼프 당선인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한미 경제협력에서 강화돼야 할 분야는…
“공동 선박 건조 및 유지 보수 협력을 통한 해군력 업그레이드 등 전략적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해 동맹의 억제력과 방어 능력을 높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을 요청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한미일 3자 경제 파트너십 전략적 참여 확대는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런 협력을 통해 한미일은 경제적 회복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유 국가의 세계 경제 규칙을 수호하는 공동의 영향력도 강화할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의 역사적 적대감을 극복하고 역내 과제에 집중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왔다. 두 대통령의 전화통화로 더 긴밀한 한미 관계가 이미 시작됐다. 그 친밀감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퓰너는 누구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산하 아시아연구센터 회장(83)은 헤리티지재단의 공동 설립자다. 1977년부터 2013년까지 이사장을 지내며 헤리티지재단을 미국 보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키웠고, 공화당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퓰너 회장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당시엔 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을 지냈으며 트럼프 행정부 기간이었던 2017, 2018년 헤리티지재단 임시 회장을 맡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시 퓰너 회장이 주도한 정책 권고안을 상당수 받아들여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싱크탱크’로 불리기도 했다.
△1941년 미국 시카고 출생 △1964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1977∼2013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2017∼2018년 헤리티지재단 임시 회장 △현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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