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상무부 中 AI 반도체 수출제한에 적극 협조
‘보조금 지연’ 바이든 비판하던 인텔, 트럼프엔 “협력 기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과 대중국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눈치를 살피며 우호 관계 구축에 나선 모양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TSMC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중국 고객사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제한을 부과한다는 공문을 받고 중국 기업들에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노드에서 생산되는 AI 칩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매체가 인용한 소식통은 TSMC가 향후 중국 고객사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 및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를 목적으로 광범위한 대중국 수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파운드리 SMIC 등 개별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고,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자국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이 군사용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는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TSMC는 최근 화웨이의 AI 프로세서에 자사 칩이 탑재된 사실이 알려져 곤혹스러워졌고, 자사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전달한 고객사에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TSMC는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신뢰할 수 없는 회사로 낙인찍히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에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도둑질했다’고 비난했고, 칩스법을 “너무 나쁜 거래”로 규정한 바 있다.
칩스법은 TSMC를 비롯해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 내 연구·제조시설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아직 보조금 지급이 완료된 기업이 없어 칼자루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쥘 가능성이 크다.
이중 인텔은 가장 많은 85억 달러의 보조금과 110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 등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인텔은 파운드리 조 단위 누적 적자와 주력 제품의 경쟁력 저하로 1만 5000명을 감축하고 파운드리를 분사하는 등 위기에 직면했고, 일각에서는 인텔이 공장 건설을 명목으로 막대한 보조금만 챙기려 한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인텔이 오하이오 등에 짓는 공장 대부분은 파운드리 시설 투자인데, 수율 등에 애로를 겪는 인텔 파운드리가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대선 전인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보조금 지급 지연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으니, 이걸(보조금 협상)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전까지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인텔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대비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작한 칩스법은 양당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미국의 반도체 제조 리더십 회복은 국가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첨단 칩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서 인텔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며, 이 공동의 우선순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칩스법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기대하는 메시지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역시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고 칩스법 보조금을 약속받은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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