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13일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과 행정부는 물론 입법을 관장하는 상·하원의 주도권까지 쥐게 된 것이다. 사법 최고기관인 연방 대법원도 9명 중 6명이 보수성향 대법관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입법과 행정, 사법 권력을 사실상 장악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날 공화당 상원은 신임 원내대표로 친(親) 트럼프계가 아닌 존 튠(63·사우스다코타주) 의원을 선출해 다소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지에선 과거 튠 의원과 트럼프 당선인의 ‘불편한 관계’를 조명하며 상원이 백악관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 상·하원 모두 공화당 승리
AP통신에 따르면 미 공화당은 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의 개표 중간 결과, 하원 총 435석 가운데 13일 기준 218석을 확정지어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공화당은 상원 선거에서도 100석 가운데 53석을 차지해 상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의회 선거에서도 ‘레드 스위프(red sweep·붉은 색이 상징하는 공화당의 싹쓸이)’가 현실화된 것이다.
미 의회는 법안 발의·심의를 비롯해 정부 예산 심사와 승인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와 연방대법관 임명 승인권, 국제조약 비준, 탄핵 심의 및 결정권 등을 가진다. 또 하원은 연방 예산 심의권,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의 탄핵소추권 등을 갖고 있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며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주요 공약들을 의회의 협력 아래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은 백악관과 상하원을 장악함으로써 트럼프 당선자의 의제를 시행할 수 있는 세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광범위한 세금 감면과 석유 및 가스 생산에 대한 규제 완화, 엄격한 국경 통제 등 여러 법안이 신속히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법부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우군이다. 이미 연방 대법원은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시 행위에 대해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 4건의 형사 기소에 시달려온 트럼프 당선인의 숨통을 틔워줬다.
● 튠 원내대표, 과거 트럼프와 ‘불편한 관계’
공화당은 이날 새로운 상원 원내대표으로 튠 의원을 선출했다. 원내대표 선거에는 튠 의원을 비롯해 릭 스콧 의원(플로리다주), 존 코닌 의원(텍사스주)이 출마했다. 이중 친트럼프 성향을 가진 스콧 의원이 주목받았지만, 비밀투표로 진행된 1차 투표에서 떨어졌다.
튠 의원은 28년간 상하원 의원으로 활동한 정통 공화당 성향의 베테랑 정치인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과는 지금껏 원만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보기 힘들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당선인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유출되자,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또 트럼프 1기 당시 무역 및 관세 정책에 이견을 보이며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하기도 했다.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패배에 불복했을 때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측에선 튠 의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신설되는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튠 의원은 민주당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튠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튠 의원이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로서 차기 백악관에 견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P도 “공화당이 튠 의원을 뽑았다는 것 자체가 워싱턴 정가는 아직 ‘트럼프화’되지 않았단 증거”라고 분석했다.
한편 튠 의원은 올 9월 연방 상원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