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 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한반도 정세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의 추가 파병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회담에선 시 주석이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사실상 차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거센 대(對)중국 압박 공세를 예고한 만큼,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 등으로 대응하겠단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시 주석,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 메시지 전달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있고, 이를 갈등 고조나 북한의 추가 파병을 막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파병으로 ‘혈맹’ 관계로 격상된 북-러 군사협력은 심각한 위험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직접적 대남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관영 중국중앙TV(CCTV) 등이 전했다. 이를 두고,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정책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1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내용보다 강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시 주석은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다”면서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기존처럼 당사자들의 정치적 해결에 방점을 찍었던 것.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더이상의 충돌과 혼란을 허용하지않고, 중국의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 대중 강경파로 채워질 예정인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등 추가 대응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AI에 핵무기 통제권 넘기지 않은 것은 합의
시 주석은 보호무역과 대만 문제 등에 대한 기존 입장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신냉전에서는 승리할 수 없고, 중국을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만, 정치 체계, 인권, 발전 권리 등 미중 관계의 4가지 레드라인을 재확인했다. 특히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민주진보당 정부의 ‘독립 추구’를 분명히 반대하는 게 대만해협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핵무기 통제권을 인공지능(AI)에 넘기지 않는 데는 합의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는 AI와 핵 독트린의 교차점에 대한 중요한 성명이자 미중이 경쟁 속에도 핵심 영역에는 위험 관리를 위해 책임감 있게 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은 양국이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미중 AI 협의체’를 세우기로 결정한 뒤 나온 첫 번째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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