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연준-FTC 등 독립기관 정책 개입… 행정부 고위인사 상원 비준 패싱
의회의 예산 편성권도 제한 추진… 친트럼프 “방해하면 다 끌어내릴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공약인 ‘작은 정부, 낮은 세금’을 넘어 권력 구조 자체를 개편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딥스테이트(deep state·기득권 관료집단)’ 해체를 명분으로, 인사 비준권과 예산 편성권 등 대통령을 견제하는 의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연방대법원까지 보수 우위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삼권 분립의 균형 및 견제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려 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 의회 견제 권한 무력화 예고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단일 행정 원칙(Unitary executive principle)’을 줄곧 주장해 왔다. ‘미합중국 행정권은 대통령에게 귀속된다’는 헌법 2조에 따라 대통령이 행정부 운영에 견제받지 않을 권한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독립기관을 포함해 모든 정부 기관의 인사와 정책에 개입할 권력을 가진다는 것.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연준 기준금리 결정에 개입하고 독점 여부를 조사하는 FTC 등에 대한 백악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트럼프 당선인은 상원의 행정부 고위직 인사 비준을 거치지 않고, 상하원 예산안에 거부권을 발동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10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중 의회 간부직을 원하는 이는 ‘휴회 임명(Recess appointment)’에 동의하라”고 강조했다. 휴회 임명이란 대통령이 상원 휴회 중엔 인준 없이 고위직을 임명할 수 있는 제도다.
법무장관에 지명된 맷 게이츠 하원의원과 국방장관에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전 폭스뉴스 진행자 등에 대해 상원에서 벌써부터 비토(거부)권 행사 움직임이 나오자, 휴회 임명 등의 방식으로 상원 인준 절차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회 예산편성권 제한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은 의회가 예산 심사권을 가진 한국과 달리 상하원이 직접 예산을 편성한다. 1974년 제정된 지출유보통제법(Impoundment Control Act)에 따라 의회가 준 예산을 행정부가 전용(轉用)할 수도 없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중단할 헌법상 권한을 갖고 있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해당 법안이 위헌이라고 말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시절 미 의회가 2021년 국방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자 “대통령 권한 제한은 위헌”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 머스크 ‘정부효율부’가 첫 시험대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재임 당시 남부 국경 건설을 위해 의회 편성 예산을 전용했다가 탄핵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기 행정부는 상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이 차지하는 ‘레드 스위프(red sweep·붉은색이 상징하는 공화당의 싹쓸이)’로 의회의 견제장치가 거의 사라졌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공화·앨라배마)은 “트럼프와 J D 밴스가 (직접) 상원을 운영할 것”이라며 “방해하면 누구든 상원에서 끌어내린다”고 말했다.
권력 재편의 중추적 역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동 수장인 ‘정부효율부(DOGE)’가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문기구 성격인 정부효율부가 연방 정부기관을 통폐합하고 공무원들을 해고하면 줄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하지만 사법부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리하다.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은 대통령 권한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 실제로 연방대법원은 7월 법률이 모호할 때 행정부의 유권해석을 존중하는 근거였던 ‘셰브론 원칙’을 파기했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정부기관 역할과 조직은 위법이라고 판단할 길이 만들어진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파격 인사와 동시에 더 광범위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며 “힘의 균형을 재조정해 백악관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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