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군인에 카네이션 한송이…민주선거 이끌어낸 카에이로 여사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18일 16시 43분


코멘트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 50주년인 25일(현지시각) 리스본 리베르다드 거리에서 한 음악가가 트럼펫에 카네이션을 꽂은 채 연주하며 행진하고 있다. 붉은 카네이션은 포르투갈이 1974년 4월 25일, 48년 만에 파시스트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회복한 ‘카네이션 혁명’의 상징이다. 2024.04.26. 리스본=AP/뉴시스
50년 전 포르투갈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에게 붉은 카네이션을 나눠줘 ‘카네이션 혁명’이란 이름을 역사에 남게 한 셀레스테 카에이로 여사가 15일(현지 시간) 리스본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74년 4월 25일은 카에이로 여사가 당시 일하던 식당의 개업 1주년 기념일로, 사장은 직원에게 선물할 카네이션을 준비했다. 하지만 마르셀루 카에타누 당시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반체제 소장파 장교들을 주축으로 군인들이 거리로 쏟아지며 기념일 행사가 취소됐다.

출근했다가 카네이션을 들고 귀가하던 고인은 우연히 한 군인을 마주쳤다. 그가 “담배가 있느냐”고 묻자, 카에이로 여사는 대신 갖고 있던 카네이션을 건넸다. 군인이 웃으며 꽃을 받아 소총 총구에 꽂았고, 주변에 있던 군인들도 고인에게 손을 내밀어 꽃을 받았다. 이를 따라 많은 총구와 전차를 장식하며 거리는 붉은 카네이션들이 가득해졌다.

이날 쿠데타는 결과적으로 거의 희생자를 내지 않은 무혈(無血) 봉기로 마무리됐다. 이에 40여년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포르투갈 첫 민주 선거를 이끌어낸 이들을 ‘카네이션 세대’로 부르게 됐다.

‘싱글맘’이던 카에이로 여사는 혁명 이듬해 리스본 시의회 지원을 받아 리스본 북부의 주택에서 딸, 손녀와 함께 국가연금을 받으며 여생을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고인은 심폐질환 등 건강 악화에도 올 4월 리스본에서 열린 혁명 5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포르투갈군은 16일 “고인의 단순한 몸짓이 포르투갈을 영원히 바꾼 운동의 상징이 됐다”고 추모했다. 다만 스페인 매체 엘파스는 “카에이로는 포르투갈 현대사의 상징이 됐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헌사는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카네이션 혁명#카에이로 여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