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조기 회담을 모색했으나 실패한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점이 있다고 1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11·5 대선 후 지난 7일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며 일정을 제시하며 면담을 타진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당시 양 측의 통화는 약 5분에 불과했으나 정부 내에서는 “천재지변이 없다면 만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물밑 조율을 거쳐 이시바 총리는 통화 직후 기자들에게 “가능한 조기에 만나자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성공 사례를 염두에 두고 조기 회담을 추진했다. 당시 총리였던 아베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해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조기 회담을 통해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인사들을 지명하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이상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4일 남미 순방을 위해 페루로 출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후 현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8∼19일)가 개최되는 브라질을 방문하고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가 14일 순방을 떠나기 전 트럼프 당선인 진영으로부터 연락이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연락을 받고 정부 내에서는 “(조기 회담이) 실현이 곤란한 정세가 됐다”는 비관론이 강해졌다.
결국 이시바 총리는 지난 17일(한국시간) 페루에서 기자들에게 “당초 예정대로 귀국한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담 예정은 없다”고 표명했다. 일본 측은 당초 이시바 총리가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시바 총리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현 시점에서는 어느 나라와도 회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로건법’에 의해 대통령 취임 전 외교 협상은 제한됐다는 설명이 있었다.
특히 신문은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상도 트럼프 당선인과 조기 회담을 모색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 전까지 각국 정상화 면담은 원칙적으로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트럼프 진영이 내세운 ‘로건법’은 1799년 제정된 것으로 민간인이 정부 허가 없이 외국 정부와 협의하거나 외교 협상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 면담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로건법 외에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정계 아웃사이더’였던 8년 전과 크게 바뀐 점이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당시에는 취임 전 외국 정상과 면담을 통해 권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신문은 “이시바 총리와의 조기 면담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여당 과반수 의석 확보 붕괴라는 대패를 하며 정권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기반도 약한 이시바 총리가 조기 면담을 거듭 표명해온 만큼 “이시바 총리에 대한 정치적 타격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기 면담 실패로 이시바 총리 주변에서는 “면담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어떤 성과가 있었을지 모른다”며 “초조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수습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한 집권 자민당 중견 의원은 “(이시바) 총리는 외교 센스가 없다”고 비판했다. “5분 간 전화의 구두 약속으로 만날 수 있다고 수용했다는 것은 전망이 물렀다. 총리 자신이 벽을 너무 높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 당선 후 특별하게 면담한 외국 정상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뿐인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4일 미 플로리다주 소재 저택 마러라고에서 밀레이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다. 밀레이 대통령은 극우 성향으로 ‘남미판 트럼프’로도 불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