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의회에서 마오리족 의원들이 법안에 반대하며 전통춤 ‘하카’를 추는 일이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매체 NZ헤럴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마오리족의 권리를 보장한 ‘와이탕이 조약’을 재해석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됐다. 와이탕이 조약은 영국이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을 통치하는 대신 마오리족에게 일정한 토지와 문화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1840년 영국 왕실과 마오리족 추장들 간 체결됐다.
최근 우익 ACT당 데이비스 시모어 대표를 중심으로 이 조약이 다른 뉴질랜드인에게 차별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모어 대표는 “이 조약은 마오리족에게만 뉴질랜드인과 다른 권리를 부여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 이러한 차별적 권리 부여가 성공한 적 있냐”며 조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마오리당의 하나 라위티 마이피-클라크 하원의원 등은 이 법안이 마오리족에게 부여된 전용 토지나 문화 보존 노력을 없애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윌리 잭슨 노동당 의원은 “이 법안은 조약을 다시 쓰려는 시도다. 조약의 원칙은 명확하다. 파트너십과 문화 보존에 관한 것”이라며 국왕 변호사 단체 등에서도 이 법안에 반발한다고 주장했다.
마오리족 옹호 단체 ‘투게더 포 테 티리티’도 해당 법안이 “정치인과 기업들이 우리 공동체에 더 큰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지적했다.
마이피-클라크 의원은 법안에 항의하는 의미로 의회에서 일어나 ‘하카’ 춤을 추기도 했다. 하카는 마오리족의 전통 의식으로, 전쟁터에서 전사들이 자신들의 힘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췄다. 기합과 함께 눈을 부릅뜨고,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게 특징이다. 현재 하카는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이 경기 시작 전에 하는 등 뉴질랜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마이피-클라크 의원은 의회에서 눈을 부릅뜨고 구호를 외쳤다. 이어 법안 사본을 두 갈래로 찢어버렸다. 곧 녹색당과 노동당 등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의 절반가량이 하카에 동참했다. 방청객들도 호응하며 회의장 전체가 술렁였다.
게리 브라운리 하원의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마이피-클라크 의원에게는 24시간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마이피-클라크 의원이 이번에 하카 춤을 추는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7억 회 이상 조회되는 등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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