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트럼프가 주인공
시진핑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 필요”
마크롱도 “가장 강한국가가 질서 해쳐”
밀레이 “부유세 반대” 친트럼프 행보
“트럼프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막후(behind-the-scenes)에서 모든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미국 CNN방송)
18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에서 정작 참석도 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G20 지도자들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제쳐두고(looking past), 차기 백악관 주인에게 경계심을 드러내거나 동조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들은 개막 첫날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의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공동선언문에선 “비차별적이고 개방적인 다자무역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보호무역을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허구라고 주장하는 ‘기후 위기 대응’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친(親)트럼프 기조를 드러내기도 했다.
● 시진핑 “보호주의 대신 개도국 지원해야”
미국의 ‘트럼프 2기’에 가장 견제의 목소리를 높인 건 중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2차 세션 연설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다극화와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로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를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60% 관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당선인 측에 던진 메시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내놓은 개발도상국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지원책도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최빈 개도국에 대한 ‘일방적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제도적 메커니즘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연합과 공동으로 개발도상국의 과학기술 개발을 돕는 새로운 형태의 이니셔티브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인과 차별화를 꾀해 중국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많다.
시 주석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연쇄 회담을 가졌다. 두 나라는 2021년 미국과 인도태평양 군사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했다. 시 주석은 G20 직전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 정상과 만남을 가지는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 G20 공동선언문에 “다자무역 보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연설을 통해 “가장 강력한 국가가 관세 정책으로 국제 질서를 해체하면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G20이 분열된다면 글로벌 영향력과 지렛대를 잃게 될 것”이라며 “모든 회원국이 합의 정신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G20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도 ‘다자무역’ 정신을 강조했다.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비차별적이고 공정하며, 개방·포용적이고, 공평하고 지속 가능한 다자무역 체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역과 관련해 효과적인 분쟁 해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역시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둔 내용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반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친트럼프 성향인 정상들은 ‘트럼프 코드’에 맞추는 행보를 보였다. CNN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이 제안한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에 대해 반대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과거엔 부유세에 동의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뒤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위기 대응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하는 의제다.
트럼프 당선인이 참여하지 않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의제들은 별다른 영향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동의하지 않는 한) 여기서 결정되는 어떤 것도 미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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