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부동산 사업가의 관점에서 모든 걸 판단했다. 그에게 모든 나라는 서로 경쟁 관계였고, 협력을 통한 번영은 믿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70·사진)가 회고록 ‘자유’를 26일(현지 시간) 출간한다. 독일 디차이트와 로이터통신 등이 출간 전 일부 발췌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의 회고록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신랄한 평가가 적지 않다.
메르켈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 무대를 대하는 방식은 “부동산은 한 사람만이 살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는 자신이 뭔가 얻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차지한다고 생각했다”고 평했다. 이어 “그에게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실패였다. 그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관련해 가장 큰 위기의 순간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지구 온난화 방지 기후 협약인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언급했을 때를 꼽았다. 메르켈 전 총리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근본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교황은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둔 질문임을 간파하고 “굽히고 굽히고 굽히되, 부러지지는 말라”고 답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 조언을 새기며 당시 국면에 대응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이 “유쾌하지 않았다”고도 털어놨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7년 3월 백악관 양국 정상회담을 “우리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 대화했다”며 “트럼프는 감정적 차원, 나는 현실적인 차원”이라고 했다. 이어 “그가 내게 귀기울인 건 대개 그 주장에서 비난거리를 찾아내려고 할 때뿐이었다”며 “그 대화 이후 트럼프와 연결된 ‘세상을 위한 협력’은 없을 것이라 결론내렸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굉장히 명백하게 매료됐다(fascinated)”며 “독재자들이 트럼프를 사로잡았단 인상을 받았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무시당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원했다”며 “언제나 폭발할 준비가 된 사람 같았다”고 술회했다.
회고록 부제인 ‘1954-2021’은 그의 출생연도와 총리를 퇴임하던 해를 뜻한다. 책은 동독 어린시절부터 정계 입문 뒤 총리로서 지낸 16년까지 망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 전 총리는 다음달 미국에서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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