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식을 들으며 아침에 일어날 줄 몰랐네”
노벨상 수상에 어안이 벙벙했던 수상자는 누구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보는 논란의 수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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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eally liked painting Han Kang and paid extra attention to her hair and smile” (한강을 그리는 것이 정말 좋았고, 그녀의 머리와 미소를 표현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쏟았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소식이 한국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다음달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 참석해 수상 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노벨상은 독특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수상자를 발표할 때 얼굴 사진 대신 캐리커처를 쓴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무미건조한 사진이 아닌 정성 들인 캐리커처 덕분에 노벨상의 명성이 더욱 빛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수상자 캐리커처는 니클라스 엘메헤드라는 스웨덴 화가가 그립니다. 그가 대한민국 공식 웹사이트 코리아넷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한강 캐리커처의 특징입니다. 한강 작가의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온화한 미소가 외국인의 눈에도 매력적으로 보이는가 봅니다. ‘pay attention to’는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관심의 강도가 높을 때는 ‘extra’를 붙입니다. 한국에서 ‘엑스트라’는 단역배우라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미국에서는 ‘추가적인’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신문 호외를 말하기도 합니다.
수상자를 ‘recipient’라고 하지 않고 ‘laureate’(로리엇)라고 부르는 것도 노벨상의 특징입니다. ‘laurel’(월계수)과 ‘wreath’(화환)의 합성어입니다. 노벨상 홈페이지에 따르면 태양의 신 아폴로가 영광의 의미로 월계관을 머리에 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인류 역사에 공헌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 1901년 시작돼 지금까지 100년 넘게 이어오는 동안 논란이 분분한 수상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논란의 수상자들을 알아봤습니다.
I was the ‘human interest’ part, they asked me about how many boyfriends I had, what colour was my hair, and asked to undo some buttons for the photographs.” (나는 ‘흥미’ 부분을 담당했다, 남자친구가 몇 명인지, 머리 색깔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진을 위해 단추를 몇 개 풀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노벨상은 여성 수상자가 적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1901∼2023년 905명의 수상자 중에서 여성은 65명으로 7%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여성 수상자가 나오는 분야는 문학상과 평화상입니다. 평화상이 20%로 가장 높고, 문학상은 16%로 두 번째입니다. 반면 전문 학문 분야인 과학상과 경제상은 여성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의학상 6%, 화학상 4%, 경제상 3%, 물리학상 2%입니다.
물리학상에서 노벨상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된 여성 차별 사례가 나왔습니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천체물리학자 조슬린 벨 버넬은 중성자별을 발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성자별은 엄청난 속도로 천체를 돌며 주기적으로 전파를 발산하는 별입니다. 버넬은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생 시절 앤서니 휴이시 교수를 도와 논문을 쓰다가 중성자별을 발견했습니다. 휴이시 교수는 전파가 기계의 실수 때문에 생기는 잡음이라고 무시하라고 했지만, 버넬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증명했습니다. 1967년 5명의 저자 이름으로 중성자별의 존재를 밝히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1 저자 휴이시 교수, 2저자 버넬, 기록 담당자인 3저자 마틴 라일 연구원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이 발표됐을 때 정작 중성자별 발견 공로가 가장 큰 버넬의 이름은 쏙 빠지고, 휴이시 교수와 라일 연구원만 거명됐습니다. 버넬은 2020년 하버드대 강연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재치있게 비꼬았습니다. 중성자별 발견 때 휴이시 교수에게는 학문적인 질문이 쏟아졌지만, 자신에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흥미성 질문만 집중됐다는 것입니다. ‘undo’는 원래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입니다. 단추를 푸는 것을 ‘undo buttons’라고 합니다. ‘be undone’(풀려있다), ‘come undone’ 같은 수동 형태로 많이 씁니다. “I didn’t know my zip was undone”(바지 앞 지퍼가 열린 줄 몰랐네). “Damn, my shoe-laces have come undone again.”(제기랄, 신발 끈 또 풀렸네)
‘You are not George W Bush’ award.” (당신은 조지 W 부시가 아니다 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입니다. 국제 외교와 국가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한 공로라고 노벨상 위원회는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수상 시기가 문제였습니다. 대통령이 된 지 9개월 만에 수상자가 됐습니다. 별다른 외교 업적도 없던 때였습니다.
당사자인 오바마 대통령조차 믿을 수 없었는지 이런 첫 반응을 보였습니다. “This is not how I expected to wake up this morning”(이런 소식으로 들으며 아침에 일어날 줄 몰랐다). 오바마에게 무리하게 노벨상을 준 진짜 목적은 전임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환경정책을 후퇴시킨 부시 대통령과 사이가 나빴습니다. 이라크 전쟁 반대 활동을 벌인 지미 카터 대통령은 2002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농담입니다. 부시가 아닌 것만으로 오바마는 충분히 수상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It’s like Mrs. Fields being awarded three Michelin stars.” (미시즈 필즈가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것과 같다)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밥 딜런이 결정되자 뉴욕타임스는 “노벨상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수상자”라고 전했습니다. 작가가 아닌 대중음악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딜런의 노랫말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라비 알라메딘이라는 미국 작가가 제기한 불만입니다. 미시즈 필즈(Mrs. Fields)는 미국의 유명한 쿠키입니다.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판매됩니다. 슈퍼마켓 쿠키에 미식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미슐랭 3스타를 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것입니다. 여류 작가 조디 피코는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Does This Mean I Can Win A Grammy?”(그러면 나도 그래미상을 받을 수 있겠네). 음악가가 문학상을 받았으니 작가가 음악상을 받을 수 있다는 조롱입니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는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I am ecstatic that Bob Dylan has won the Nobel.”(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아 뛸 듯이 기쁘다). 미국 인기 작가 스티븐 킹입니다. 노벨상 단골 후보로 오르는 살만 루슈디도 문학의 경계가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기뻐했습니다.
딜런은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주재 미국 대사가 대독한 수상 연설에서 세기의 문호 셰익스피어를 사례로 들어 순수 문학가만 수상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본업은 무대에 올리는 연극을 위해 각본을 쓰는 극작가였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문학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글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후세에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
노벨 평화상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의 주인공은 1973년 수상자인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입니다. 베트남 평화협정을 체결한 공로로 북베트남 지도자인 레득토와 공동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평화협정이 구속력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키신저의 수상 자격에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나중에 공개된 비밀문서에 따르면 노벨상 위원회는 협정 효력에 의구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키신저 보좌관을 수상자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에 굴복한 것입니다. 더구나 키신저는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다수의 외교정책을 수립한 장본인입니다. 베트남 협상 와중에 캄보디아를 폭격하고, 남미 좌파 색출을 위한 콘도르 작전을 벌이고, 방글라데시 독립을 방해하고, 터키의 사이프러스 침공을 승인하느라 동분서주했습니다.
수많은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노벨상 위원회 5명 중 2명이 키신저를 수상자로 결정한 데 반발해 사퇴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Nobel War Prize’(노벨 전쟁상)라고 조롱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하버드대 교수들은 노벨상 위원회에 집단 서한을 보내 “정의의 가치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키신저 본인도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레득토와 공동 수상자가 된 것에 대해 소련 외무장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ould say that anything Le Duc Thọ is eligible for, there must be something wrong with it.” (레득토가 자격이 있는 상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겠지)
‘eligible’(엘리저블)은 선택될 자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election’(선거)과 어원이 같습니다. 흔히 TV 데이트 게임 쇼에 출연하는 남성을 가리켜 ‘the world’s most eligible bachelor’라고 합니다. 여성들로부터 가장 선택될 자격이 있는 미혼남을 말합니다. 키신저는 레득토와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것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레득토가 수상을 거부하자 키신저는 더욱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다른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고 나중에 노르웨이 주재 미국 대사로부터 상을 전달받았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은? 다른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가서 파티가 끝나도 집에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주인은 빨리 정리하고 쉬고 싶은데 손님은 눈치 없이 일어설 생각을 안 합니다. ‘the guest who wouldn’t leave.’ ‘떠날 줄 모르는 손님’이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주변 분위기 살피지 않고 자기 좋을 대로 밀고 나가는 타입을 말합니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딱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일론 머스크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인 그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1억 5000만 달러를 통 크게 기부했습니다. 그 대가로 정부효율위원회를 이끌게 됐습니다. 이쯤 되면 본업인 기업가로 돌아가야 하는데 트럼프 옆에서 떠날 줄 모릅니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눌러앉아 중요 회의에 참석하고 세계 정상들과의 전화에도 끼어듭니다. 트럼프조차 학을 떼었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Elon won’t go home. I can’t get rid of him.”(일론이 집에 안 간다. 떼어낼 수가 없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둘 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입니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금도 머스크가 하도 참견을 많이 해서 인수위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인수위 인사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Musk’s near-constant presence at Mar-a-Lago has begun to wear on people who’ve been in Trump’s inner circle.” (마러라고를 떠날 줄 모르는 머스크 때문에 트럼프 이너서클 사람들이 기분이 상했다)
‘wear’는 ‘입다’ ‘on’은 ‘위에’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wear on’은 ‘위에 입다’라는 뜻일까요? ‘wear’는 ‘입다’라는 뜻 외에 ‘닳다’ ‘마모되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wear on’ 다음에 사람이 나오면 ‘정신상태 위에 닳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살 건드려 망치게 한다는 뜻입니다. ‘begin to wear on’(기분을 상하게 만들기 시작하다) 형태로 많이 씁니다. “His constant complaining is starting to wear on his friends.”(그의 계속되는 불평이 친구들의 기분이 상하게 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0월 4일 소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오징어게임 시즌2가 다음 달 개봉됩니다. 오징어게임은 2021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히트작이 될 것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시즌2 개봉을 앞두고 오징어게임이 처음 공개됐을 때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Not bad for a show with a goofy-sounding name that came out of nowhere.” (갑자기 나타난 웃긴 제목의 드라마로서는 나쁘지 않다)
넷플릭스에서는 시즌제 콘텐츠가 인기가 높습니다. 매년 시리즈를 제작되는 콘텐츠일수록 고정 시청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징어게임은 시즌제 드라마도 아닌데 입소문을 타고 개봉 며칠 만에 1위에 올랐습니다. 미국 유력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평가입니다 ‘not bad’는 나쁘지 않다‘이지만 실은 ’대단하다‘라는 의미입니다. ‘goofy’(구피)는 ‘foolish’와 비슷합니다. 좋은 의미로 바보 같다는 뜻입니다.
Unlike some shows where the dubbing leaves something to be desired, this is top-notch work.” (더빙이 아쉬운 몇몇 드라마와 달리 이 작품은 매우 뛰어나다)
영어 더빙도 인기 요인입니다. 오징어게임은 영어 더빙판과 자막판이 있습니다. 대부분 미국 시청자들은 더빙판으로 봅니다. 더빙 드라마는 어색하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다릅니다. 넷플릭스가 1급 미국 성우들을 기용해 마치 한국 배우들이 영어로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미국 정보기술 잡지 ‘씨넷’의 평가입니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때 ‘leave something to be desired’(원해지도록 무언가를 남겨두다)라고 합니다.
Squid Game doesn’t feel like a copycat. it’s a well-done drama/horror series.” (오징어게임은 모방작이라는 느낌이 없다. 잘 만든 드라마·호러 시리즈다)
서바이벌 장르의 드라마는 오징어게임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본 미국 등에서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표절 논란이 거의 없습니다. 작품적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평가입니다. ‘well done’(웰던)은 ‘잘(well) 했다(done)’라는 칭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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