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를 일으켜 166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 유명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몰락시키는 등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던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60·사진)이 미국 법원에서 징역 18년 형을 선고받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법을 따르지 않으면 매우 엄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황 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황 씨는 7월 사기 및 공갈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국가적 재난으로 묘사될 수 있는 사건”이라며 황 씨에게 21년 형을 구형했다.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는 당시 투자 천재로 불리던 황 씨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노무라, C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부터 자기자본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약 70조 원)를 끌어들여 투자를 진행하다가 이들에게 총 100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 사건이다. 당시 황 씨는 구글이나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속여 거액을 빌린 뒤 파생 상품 등에 투자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황 씨는 이날 선고 전 법정에서 “아케고스 직원들과 은행들,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깊은 미안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황 씨 측 변호인은 그가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점 등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는 월가에서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사기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다르면 황 씨 측은 조만간 항소할 계획이다. 이날 합의가 안 된 배상금 지불 및 자금 몰수 등에 대해선 다음 날 재판부가 선고할 예정이다. 피해를 입은 은행들은 약 90억 달러의 배상금을 청구했으나 황 씨 측은 “현재 자산이 5500만 달러에 불과해 무의미한 청구”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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