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파격 인사’ 급제동…국방-보건 등 연쇄 낙마 관측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2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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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위프(red sweep·붉은색이 상징하는 공화당의 싹슬이)가 벌어졌지만, 트럼프가 ‘군주(monarch)’는 아니라는 교훈을 보여줬다.”(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내놓은 ‘파격 인선’의 대표 사례였던 법무장관 지명자인 맷 게이츠 전 연방 하원의원이 의회와 여론의 거센 비난에 밀려 21일(현지 시간) 결국 사퇴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기존 인사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개인적 호감 등에 의존해 발탁을 서두른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명자 상당수도 크고 작은 자질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라 향후 인준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잡음이 벌어질 전망이다.

● 국방장관, 교육장관 지명자 등도 논란

현재 지명자들 가운데 가장 논란이 거센 인물들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지명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 지명자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관련 보고서를 뒤늦게 접한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도 “속수무책(blindsided)으로 당했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케네디 주니어 지명자는 ‘백신 무용론’ 등 음모론을 신봉해 보건 수장의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 데다, 낙태권 지지 전력으로 일부 보수진영도 탐탁치 않아 한다고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보도했다. ABC방송은 “두 사람도 의회 지지를 받지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맥마흔 지명자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최고경영자 시절 미성년 ‘링보이’들이 성적 학대를 당하는 걸 묵인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엔 그가 WWE 대회 홍보를 위해 딸과 서로 뺨을 때렸던 과거 영상이 퍼지며 교육장관에 맞지 않다는 비난이 커졌다. 개버드 지명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친(親)러시아 발언 등이 구설수에 올랐다.

게이츠 전 의원의 후임으로 법무장관에 지명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도 ‘소송거래 의혹’에 시달린 적이 있다. 플로리다 토박이인 그는 2013년 트럼프 재단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단체에 2만5000달러(약 3500만 원)를 기부한 것이 논란이 됐다. 당시 본디 지명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운영하던 트럼프대 사기 사건과 관련해 소송 제기를 검토했으나, 트럼프 측이 기부금을 낸 뒤 소송 절차를 멈췄다. 다만 CNN방송은 인수위 소식통을 인용해 “본디는 의회 인맥이 탄탄해 인준 과정이 수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트럼프식 인선에 제동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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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본디를 차기 법무장관으로 지명하며 발빠르게 사태를 정리하려는 모양새다.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가 직접 게이츠에게 전화해 거취를 결정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으나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게이츠 전 의원을 반대하는 이탈표가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 의원을 포함해 4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츠 전 의원의 낙마는 예고된 참사였단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후보자 역량보다 충성심과 개인적 선호도에 기대어 인선 작업을 서둘러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인수위는 정부기관의 검증 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외부 업체와 측근들 평가에 의존했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의회의 견제 기능을 제대로 증명했다는 의견도 있다. 공화당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주)은 WSJ에 “대통령은 원하는 인사를 지명할 권리가 있지만, 상원도 여기에 동의하거나 (비판적) 조언을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다른 인준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게이츠는 애당초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지였다”며 “다른 후보자들을 더 나은 카드로 보이게 만들려는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맷 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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