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미사일떼”…위험천만 중동 하늘길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1월 23일 16시 29분


ⓒ뉴시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중동 지역을 지나는 민간 항공 여객기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 보도와 항공안전 평가 기업인 ‘오스트리 항공 솔루션스’에 따르면 올해 중동 상공에서 포착된 미사일 수는 월평균 162기로, 지난해 기록한 월평균 10기에 비해 16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이 수치는 탄도·순항 미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어서, 로켓·박격포·대포·드론까지 포함하면 총 발사체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에미리트 항공 여객기를 탄 한 승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영상을 게시하며 “저건 불꽃놀이 같은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는 이란의 ‘미사일떼’였다.

WSJ는 이를 두고 “이 승객은 기내 창문을 통해 이스라엘을 향해 빗발치는 이란의 ‘미사일떼’를 지켜봤다”며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일부 상공에서 상업용 항공기가 얼마나 위험에 처해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사일이 민간 항공기 가까이에서 날아다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탄도 미사일은 민간 항공기의 비행 고도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움직이지만, 하늘로 솟구칠 때와 목표물을 향해 하강할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낮은 고도로 나는 순항 미사일은 항공기 이착륙 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방공 시스템이 민간 항공기를 미사일로 오인할 경우 대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14년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2020년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PS752편 여객기가 이란군의 격추로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전원 숨진 사례도 있다.

그러나 중동 각국 정부의 영공 통제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인 지난달 1일 항공편 다수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있는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상공을 경로 변경 없이 지났다. 같은 달 26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공습 당시에도 이 일대 항공기는 계속 운항했다.

오스트리 항공 솔루션스의 최고정보책임자(CIO) 맷 보리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전보다 우선시되고, 분쟁 지역에선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짚었다. 유럽조종사협회(ECA)는 일부 항공사가 조종사가 동의하지 않는 위험한 항로로 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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