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2.5%로 佛의 3분의 1
애플-MS 등 이전, 올 법인세 55조원
“법인세 의존도 높아 양날의 검” 지적
한때 유럽 최빈국으로 꼽혔던 아일랜드가 낮은 법인세율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며 ‘돈방석’에 앉았다. 다만 법인세 의존도가 높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올해 아일랜드의 예상 법인세 수입은 375억 유로(약 55조 원)”라고 보도했다. 2013년 46억 유로에서 8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법인세 수입을 전체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약 7000유로를 번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아일랜드는 다른 세금은 올려도 법인세는 12.5%로 낮게 설정했다. 프랑스(33%)의 3분의 1 수준이고, 20%대인 미국과 영국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 이에 애플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등이 유럽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겼다.
주변 상황도 호재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10년간 기업들의 역외 조세 회피를 철저히 감시하자 아일랜드의 매력이 더 커졌다. 영국 브렉시트를 계기로 런던을 떠난 기업들도 아일랜드에 둥지를 틀었다.
WSJ에 따르면 법인세로 국고를 비축한 아일랜드 정부는 국내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수도 더블린에 약 22억 유로를 들여 어린이 병원을 지었다.
하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흑자에도 마냥 웃을 순 없다”고 진단했다. 법인세 수입이 전체 국가 수입의 27%에 이르러 의존도가 너무 높다. 특히 법인세 수입의 약 60%는 10개 기업에서 나온다. 하나라도 이탈하면 심각한 세수 감소가 벌어진다.
법인세 호황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변국 압박으로 아일랜드는 올해부터 연간 매출액 7억5000만 유로 이상인 기업은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인상하기로 했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9월 아일랜드의 애플에 대한 법인세 혜택을 “불법 지원”이라고 판결한 것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 법인세율을 아일랜드와 비슷한 1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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