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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your rentals off the market, or increase your prices and donate the profits to liberal causes.” (당신의 숙소를 시장에서 빼던지, 가격을 올려 수익을 진보적 목적에 기부하라)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에서 ‘에어비엔비 블랙아웃’(Airbnb blackout)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반대자들이 벌이는 운동입니다. 워싱턴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못지않은 진보 도시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95%의 몰표를 줬습니다. 워싱턴 주민들은 취임식에 몰려들 트럼프 지지자들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블랙아웃 운동 행동지침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에어비엔비 운영자들은 숙소를 예약 가능 리스트에 빼던지, 숙박료를 매우 높게 책정해 수익을 진보단체에 기부하자는 것입니다. ‘off the market’은 시장에서 제외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품절남, 품절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He(She) is off the market.”
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트럼프 지지자들을 골탕 먹이려는 블랙아웃 운동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은 4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워싱턴의 대목 중의 대목입니다. 취임식 관광객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숙소는 오래전에 동이 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별나게 관중 사이즈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이번 취임식에 엄청난 숫자의 지지자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트럼프 반대 단체들은 취임식 이틀 전 대규모 맞불 시위 ‘워싱턴 국민 행진’(People’s March on Washington 2025)을 벌일 예정입니다. 양측이 치열하게 대결하는 이번 취임식은 벌써부터 화제입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이벤트’입니다. 대통령 입장, 축사, 축가, 선서, 연설, 기도, 축시 낭송 등 순서가 많아 족히 2시간 넘게 걸립니다. 프로토콜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지만, 실수나 사고도 종종 발생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취임식을 알아봤습니다.
You will understand and, I believe, agree with my wish that the form of this inauguration be simple and its words brief.” (취임식을 간소하게 열고 연설을 짧게 하고 싶은 나의 희망을 여러분은 이해하고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취임식은 의회 건물 앞 광장에서 열립니다. 대통령 취임식인데 왜 백악관이 아니라 의회에서 열릴까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3부가 모두 관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입법부의 심장인 의회 건물에서 사법부 수장의 주재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회에서 열리지 않은 취임식이 있습니다. 1945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4기 취임식입니다. 백악관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15분 만에 해치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쟁 물자를 절약하고 군대 동원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습니다. 전시 취임식은 남북전쟁 중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더불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의회는 취임식 개최 비용으로 2만5000달러를 배정했지만 실제로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금액은 2000달러도 되지 않았습니다. 카퍼레이드. 무도회, 음악회 등은 생략됐습니다.
더 큰 이유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건강 때문이었습니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가 뇌졸중까지 겹쳐 몹시 아픈 상태였습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가득했고, 손은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취임 연설 순서가 되자 짧게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대목입니다. 수많은 명연설로 감동을 줬던 지라 관중들은 실망했지만, 대통령의 핼쑥한 얼굴을 보자 이해했습니다. 명색이 취임 연설인데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취임식에 이어 더 힘든 의회 오찬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오찬 전 개인 비서인 아들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I can’t take this unless you get me a stiff drink. You’d better make it straight”(독주를 마시지 않으면 못 버틸 듯해. 스트레이트로 해줘). 취임식 한 달 후 뇌출혈로 63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The people, yes,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the great people have made me what I am; and I am a-going for to tell you here to-day, yes, to-day, in this place that the people are everything.” (국민, 맞다, 위대한 미국 국민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 오늘, 맞다, 오늘 여기서 말하겠다. 국민이 전부다)
주정꾼이 등장한 취임식이 있습니다. 1865년 링컨 대통령 2기 취임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술주정의 장본인은 앤드류 존슨 부통령. 링컨 대통령과 케미가 맞지 않았습니다. 조용하고 논리적인 링컨 대통령과 달리 존슨 부통령은 즉흥적이고 술을 좋아했습니다. 애초에 존슨이 부통령이 된 것은 남북전쟁 중에 재선에 도전한 링컨 대통령이 남부 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1기 부통령을 경질하고 남부 테네시 출신의 군인 존슨을 2기 부통령 후보로 영입했습니다. 재선에서 승리했지 후폭풍이 컸습니다,
취임식 일주일 전부터 존슨 부통령은 전쟁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한다며 술을 마셨습니다. 당일 위스키 3잔, 브랜디 1잔을 마신 상태에서 취임식에 참석했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통령 취임 연설을 하러 나오는 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연설 내용입니다. ‘yes’를 남발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횡설수설했습니다. 혀가 꼬여 ‘you’(유)를 ‘yeooo’(여우)라고 발음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링컨 대통령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During the painful ordeal, Mr. Lincoln‘s head dropped in the deepest humiliation”(심한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Closing his eyes allowed Lincoln to avoid the stares of those who sought his reaction.”(주변의 시선을 피하려고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
존슨 부통령은 취임식 후 한동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 달 후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것입니다.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음주량은 더욱 늘었습니다. 그는 미국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입니다. 남북전쟁 후 재건 정책 때문이었지만 술 문제도 한몫했습니다. 상원에서 가까스로 부결돼 대통령직을 지켰습니다. 존슨은 프랭클린 피어스, 율리시스 그랜트와 함께 미국의 3대 알코올 중독 대통령으로 통합니다.
Out of the abundance of caution, because there was one word out of sequence, Chief Justice John Roberts will administer the oath a second time.” (단어 한 개의 순서가 틀렸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두 번째로 선서를 주재할 것이다)
취임식의 가장 중요한 순서는 선서입니다. 정식 명칭은 ‘oath of office of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대통령직 서약). 선서는 꼭 정오에 맞춰서 해야 합니다. 취임식 날 정오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선서 내용입니다. “I do solemnly swear (or affirm) that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will to the best of my Ability, preserve, protect and defend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나는 대통령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유지하고 옹호하고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
선서는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합니다. 대법원장이 먼저 낭독하면 대통령은 그대로 따라 합니다. 선서를 틀려 재선서까지 한 대통령이 한 명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설력 좋기로 소문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2009년 1기 취임식 때 실수가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먼저 틀리게 낭독했습니다. ‘faithfully’를 ‘will’ 다음이 아니라 ‘the United States’ 다음에 오게 낭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머뭇거리며 따라 하지 않자 대법원장은 반복했습니다. 이번에는 ‘faithfully’ 위치는 맞았는데 ‘execute’를 빼먹었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틀린 1차 버전을 낭독하며 선서를 마쳤습니다.
취임식이 끝나자 언론이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날 저녁 백악관이 발표한 긴급 성명입니다. 유례가 없는 재선서 계획을 밝혔습니다. ‘out of’(부터)와 ‘abundance’(풍부)와 ‘caution’(주의)가 결합한 ‘out of the abundance of caution’은 공공기관 발표에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풍부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차원에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라는 뜻입니다. 당시는 ‘버서’(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서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주장) 음모론이 기승을 부릴 때였습니다. 음모론자들에게 꼬투리가 잡히는 것에 대비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날 백악관에서 재선서했습니다. 이번에는 대통령도 대법원장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명언의 품격
So help me God.” (그러므로 신이여 도와주소서)
취임선서에 나오지도 않는데 선서 내용보다 더 유명한 단어가 있습니다. 거의 모든 대통령은 이 4개의 단어로 선서를 마무리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단어라 별명도 있습니다. ‘those four little words’(그 작은 4개의 단어). ‘little’은 반어법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4개의 단어지만 임팩트는 크다는 뜻입니다. 취임선서의 경건함이 이 4개의 단어로 완성됩니다.
이 단어를 처음 언급한 것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라는 설이 오랫동안 유력했습니다. 1789년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성경에 키스하며 감격에 겨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역사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처럼 고지식한 사람이 이런 즉흥 멘트를 선서에 포함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기록에 나온 것은 이름도 잘 모르는 21대 체스터 아서 대통령입니다. 전임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암살자의 총탄에 맞아 두 달 동안 혼수상태를 헤매다가 눈을 감자 선서 끝에 이렇게 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서 대통령보다 워싱턴 대통령이 훨씬 상징적인 인물이라서 4개 단어의 시작은 워싱턴 대통령이라고 믿는 미국인들이 아직 많습니다.
또 다른 논란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미국 헌법은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무신론 단체들은 취임선서 때 4개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2009년 마이클 뉴다우라는 캘리포니아 무신론자는 연방대법원까지 이 문제를 가져갔지만, 법원이 심의를 거부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 결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질이 의심되는 트럼프 충성파들로 주요 직책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받다가 자진 사퇴한 법무장관, 성비위 의혹을 받는 국방장관, 러시아 시리아 독재정권을 지지한 국가정보국장, 백신 음모론을 펴는 보건장관, 자신이 진행하는 건강 토크쇼에 효능이 의심되는 약을 홍보한 보험청장 등 후보가 발표될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CNN은 인사 발표가 있을 때마다 미국인들 사이에 이런 말이 번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The next shoes to drop?” (이번에는 어떤 소식?)
‘drop the other shoe’에서 유래했습니다. 직역하면 ‘다른 쪽 신발을 떨어뜨리다’라는 뜻입니다. 층간소음이 만들어낸 표현입니다. 19세기 말 미국에 건설 붐이 일면서 뉴욕에 날림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졌습니다. 층간 보호가 되지 않아 위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밑층 주민은 소리로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위층에서 한쪽 신발을 벗는 소리가 들리면 다른 쪽 신발을 벗는 소리도 곧 들리게 될 것입니다. ‘drop the other shoe’는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다음 일을 말합니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때 씁니다.
예컨대 회사 경영이 극도로 악화됐습니다. 구조조정이 다음 순서입니다. 직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Now we’re all waiting for the other shoe to drop.”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결정이 이어지면서 다음에는 어떤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지 서로 묻는 안부 문화가 정착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13일 소개된 트럼프 시대의 분열상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 연재됐던 칼럼들을 살펴보니 분열과 갈등에 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하자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상원 공화당-하원 민주당 구도가 굳어져 정치권은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도 미국은 분열돼 있었습니다. 당시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갈등’ ‘불화’ ‘불통’ 단어가 등장하는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분열과 오바마 시대의 분열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오바마 시대에 분열은 있었지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요즘 미국 정치권은 협상과 타협이 실종됐습니다. 말 그대로 전쟁터입니다.
Two can play that game!” (한번 붙어볼까)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후 민주당에 “나를 조사하지 말라”라고 경고했습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자신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이나 다른 비리 의혹을 조사한다면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은 하원 조사에 반하는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습니다. 유명한 속담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한다면 나도 똑같이 갚아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이 물고 물리는 게임을 한번 해보자는 도전입니다.
We have to run a beloved American. We cannot run a politician.” (민주당은 국민적 사랑을 받는 미국인을 출마시켜야 한다. 정치인을 출마시키면 필패다)
‘run’은 선거 때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출마하다’ ‘출마시키다’라는 뜻입니다. ‘화씨 9/11’의 명감독 마이클 무어는 골수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중간선거 후 TV에 출연해 2년 뒤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려면 직업 정치인보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인물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 같은 인물이 적당하다는 주장입니다.
He won fair and square.” (그는 정정당당하게 이겼다)
‘square’는 정사각형을 말합니다. 반듯한 정사각형처럼 올바른 사람을 가리킵니다. ‘fair and square’는 공명정대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한 말입니다.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정정당당하게 이겼는데 민주당이 딴지를 걸어 재검표를 하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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