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타결땐 415일만에 휴전
트럼프측 “중동 평화시절 회귀” 반겨
美, 이-사우디 수교협상 중재 나설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휴전이 임박했다고 25일 밝혔다. 미국이 중재한 휴전안에 헤즈볼라는 이미 동의했고 26일 열리는 이스라엘의 안보 내각 회의가 이 안을 승인하면 협정이 타결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른바 ‘가자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는 가자전쟁 발발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8일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여 왔다. 이스라엘이 26일 휴전안을 승인하면 양측은 415일 만에 휴전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도 양측 휴전을 반겼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1기 때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체결했던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외교 정상화가 핵심 내용)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의 주요 치적으로 강조하는 이 협정을 부각시키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의 전쟁으로 중단됐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 협상’ 등을 다시 중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이스라엘, 26일 휴전안 승인 전망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5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협상에 대해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타결 기대감이 커지자 백악관은 브렛 맥거크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을 중동에 급파했다. CNN에 따르면 맥거크 조정관은 26일 사우디를 방문해 교착에 빠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의 실마리를 모색할 전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26일 안보내각 회의를 소집해 미국이 중재한 휴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CNN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재집권 선물로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하마스와 헤즈볼라 수뇌부를 속속 제거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와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도 사실상 폐허로 만들었다. 14개월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고 전쟁 비용도 급증하고 있으니 전투를 중단하거나, 전선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으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뒤부터 병역 의무를 면제받았던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의 징병이 가시화한 점도 휴전 지지 여론에 힘을 더했다. 극우 정당들은 하레디 징병과 휴전을 모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가 하레디 7000명의 징집을 승인하자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정당이 하레디 징집 중단을 대가로 헤즈볼라와의 휴전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인사는 여전히 휴전을 반대한다. 그는 25일 소셜미디어 X에 “전쟁을 멈추면 헤즈볼라 궤멸 기회를 놓친다. 아직 휴전은 이르다”고 밝혔다.
● 왈츠 “중동 평화 회복”
트럼프 당선인 측도 2기 행정부에서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할 뜻을 밝혔다. 왈츠 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은 중동에 진정한 안정을 가져올 조치를 마련할 적기”라며 “4년 전 백악관 잔디밭에서 중동 평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꽤 짧은 시간 안에 그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아브라함 협정의 다음 단계로 꼽혔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4일 시사매체 뉴스위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당선인 측에 “미국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인정하는 대가로 이스라엘과 수교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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