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11시)부터 60일간의 휴전에 돌입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자 하루 뒤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였던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수뇌부 대부분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일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공격 강도를 높여 인적, 물적 피해 모두 극심한 상황이었다.
416일 만의 휴전은 내년 1월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과거 레바논을 통치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졌다. 휴전 발효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모두 철수해야 하고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다. 다만 양측이 휴전 합의문에 자신들의 자위권을 명기해 충돌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측은 이날도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공습을 주고 받았다.
● 이-헤즈볼라, 레바논 남부서 모두 철수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다시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 직전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에선 전체 참석자 11명 중 찬성 10표 대 반대 1표로 이 휴전안을 승인했다.
휴전 합의문은 총 13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헤즈볼라를 포함한 어떤 무장단체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며, 양측 모두 2006년 결의된 유엔 안보리 ‘1701호’를 이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그간 근거지였으며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 중남부의 리타니 강 이북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스라엘군도 60일 안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를 완료해야 한다.
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한 ‘레바논 내 행동의 자유’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격퇴하겠다는 이스라엘 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또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군에 침투하는 식의 군사적 재건 움직임을 포착할 경우 곧바로 이스라엘에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 휴전 발효 직전까지 ‘최고 강도’ 공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휴전 승인 이유로 △이란 위협에 집중 △군에 휴식 제공 및 무기 보충 △하마스 고립 등을 언급했다.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 이란과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역시 여러 개의 전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전쟁 장기화에 지친 이스라엘 내부 여론 등도 모두 휴전을 압박했다.
다만 휴전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 하산 파드랄라도 “수천 명이 저항에 동참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고수했다.
양측이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은 것도 휴전이 지속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2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해 최소 7명이 숨졌다. 27일 휴전 발효 30여 분 전 에도 베이루트 남부의 20여 곳을 공격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리타니강 일대까지 진출했다고 27일 전했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와 중부를 로켓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AFP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협상을 “돼지에 립스틱을 바른 격” “곧 끊어질 반창고” 등으로 혹평했다. 휴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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