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요양병원에 치매 증상으로 입원해 있던 95세 할머니에게 테이저건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국 BBC 27일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화이트 경사(34)는 2023년 5월 17일 이른 새벽 95세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식사용 나이프 2개를 들고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화이트 경사는 할머니에게 나이프를 내려놓을 것을 명령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테이저건을 발사했고,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땅바닥에 심하게 부딪쳐 뇌출혈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재판에 넘겨진 화이트 경사는 법정에서 “크게 다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할머니의 죽음에 나도 망연자실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화이트 경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치매를 앓고 있으며, 몸무게가 48kg 미만인 할머니에게 테이저건을 쏜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또 할머니가 식사용 나이프를 들고 다녔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요양병원 거주자의 진술을 토대로 테이저건을 쓸 정도로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봤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찰이 할머니를 발견한 지 불과 3분 만에 무기를 사용했다”며 “경찰이 참을성 없이 대응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BBC에 따르면 현재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화이트 경사는 추후 형량을 선고받을 예정이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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