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빠른 종전案 만든 켈로그… “푸틴 협상 거부땐 무기제한 해제”
트럼프 첫 임기때 北다루던 방식… 행동예측 못하게해 협상력 높이기
러 “한반도식 휴전 제안 단호히 반대”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終戰)을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80)을 지명했다. 그는 ‘트럼프 싱크탱크’로 불리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의 미국안보센터장을 지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평화 협정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제한을 해제할 것을 제안한 강경파다.
켈로그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안보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에 “푸틴이 협상을 거부하면 미국산 무기 이전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며 “크림반도는 물론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미국산 무기 지원을 강화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게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전을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유화책을 펴는 대신 강경파인 켈로그 전 총장을 발탁해 러시아 측이 자신의 행동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이른바 ‘매드맨(Madman) 전략’을 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푸틴 압박 위해 美 무기 제한 없애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켈로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관련 직책을 맡는 등 탁월한 군 및 비즈니스 경력을 쌓아 왔다”며 “힘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켈로그 전 총장은 베트남전, 걸프전 등에 참전했고 2003년 중장으로 전역했다. 오라클 등 민간 기업을 거쳐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고문을 지냈다. 트럼프 1기에서 NSC 사무총장,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번 대선 중 AFPI의 외교안보 정책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프레드 플라이츠 전 NSC 비서실장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을 위한 평화협정 초안을 작성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했다. 여기엔 양측이 미국의 평화협정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무기 지원을 계속 받고, 러시아는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인정받는 방안이 담겼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특히 켈로그 전 총장은 여러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빠른 휴전을 위해 러시아에 ‘매드맨’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랜츠스테펀 가디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당선인의 켈로그 지명은 러시아에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위기 고조를 통한 긴장 완화(escalate to de-escalate)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북한에 “분노와 화염을 볼 것” “군사 옵션이 완전히 준비되고 장전됐다”고 위협했지만 이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 러 “확전 소용돌이 즉시 중단하라”
이날 CNN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이 켈로그 지명자의 제안을 포함한 복수의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일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나설 것을 제안하고 협상 기간 중 휴전에 합의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가 휴전을 거부하면 단기적으로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러시아 고위 관계자들은 ‘한반도식 휴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26일 “러시아는 한국식 시나리오든 다른 방식이든 분쟁을 동결하는 어떠한 제안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 또한 27일 “미국은 확전의 소용돌이를 즉시 중단하라”고 했다.
이런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지속’ 카드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예산 65억 달러(약 9조 원)의 상당 부분을 트럼프 2기 행정부로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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