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데 대해 “재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동맹 압박에 나선 가운데 미국 신구(新舊) 권력이 관세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을 맞아 메사추세츠주(州) 낸터킷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비생산적인 일”이라며 “그가 재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두 동맹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둘러싸여 있다”며 “그들과의 관계를 망치는 것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5일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조치 미흡을 이유로 취임 첫날인 1월 20일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대해서도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원료 유통 금지 조치를 취할 때까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에 대해서도 “내가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에 대해 확신하는 한 가지는 그가 실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는 무엇이 위태로운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그(트럼프 당선인)에게 내부적인 계산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정한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부과 예고가 협상 카드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동맹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압박이 어떤 부작용을 불러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전날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가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의 입장은 (미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소셜미디어에 “멕시코가 국경을 폐쇄하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멕시코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데 동의했다”며 “관세 전쟁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부과 예고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한편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은 ‘국가비상경제권한법’에 따라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된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관세 남용방지법’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을 발의한 수잔 델베네 하원의원(워싱턴주)은 “관세 남용방지법은 대통령이 미국 국민의 부담을 증대시킬 수 있는 관세 조처를 하기 전에 의회가 대통령의 비상 권한을 제한하고 필요한 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상하원에서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만큼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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