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기 소지 법규 위반과 탈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차남 헌터 바이든을 1일(현지 시간) 전격 사면했다.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을 위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깬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나는 내 아들 헌터의 사면장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사면장에 따르면 헌터에 대한 사면은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면(A Full and Unconditional Pardon)’이라고 규정돼 있다. CNN은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철회할 수 없는 영구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에 대한 형사 기소가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터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본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가 단지 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목됐다는 것 외에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헌터는 끊임없는 공격과 선별적 기소에도 불구하고 5년 반 동안 술을 끊었다”며 “헌터를 무너뜨리려고 하면서 날 무너뜨리려고 했다.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난 사법 제도를 믿지만, 이 문제와 씨름하면서 정치가 이 과정을 오염시켰고 사법 오류로 이어졌다고 믿는다”며 “미국인들이 아버지와 대통령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말에 사면 결정을 내렸으며 더 기다릴 이유가 없어서 사면장에 서명했다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차남 헌터 바이든은 약점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부터 부친의 영향력에 기댄 여러 이해상충 의혹과 마약 등 문란한 사생활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자녀와 가족을 잃은 경험 때문에 헌터를 계속 감싸고 돌아 논란을 낳았다. 헌터에게 거의 매일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수시로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헌터는 올 6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가(家)의 고향 델라웨어주에서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마약중독자로 알려진 헌터가 2018년에 총기를 구매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 양식에 ‘불법적으로 마약을 사용하거나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부분에 체크했는데, 이것이 거짓말이므로 허위공문서 작성이며 불법으로 총기를 소유했다는 것이다.
헌터는 또 캘리포니아에서는 140만 달러(한화 약 20억 원)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아 탈세로 기소됐는데, 9월 재판을 받기 직전 유죄 인정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헌터가 유죄 평결을 받더라도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선을 그어 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6월에도 “사법 과정을 계속 존중할 것”이라며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유죄 평결 후 사법 시스템이 조작됐다고 비난한 것과 차별화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에게 내린 사면에는 수년간 수감돼 있는 ‘J-6 인질’도 포함되느냐”며 “사법 남용이자 오류”라고 비판했다. 2021년 ‘1·6 미 연방의사당 난입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자신의 지지자들도 사면해 주는 것이냐며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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