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점령당한 땅을 탈환할 군사력 부족…외교적 수단 긴요”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2월 2일 21시 35분


“단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다”던 전쟁 수사, 내버린 듯

ⓒ뉴시스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군사력보다 외교적 수단을 통해 수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고 2일 영 가디언 지가 말했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상황으로는 러시아에 2014년 병합된 크름 반도를 포함해서 러시아 에 점령된 영토 일부는 되찾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그렇게 할 힘이 부족하다. 이것은 진실이다”고 말한 우크라 대통령은 “우리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교적 해결책 선택은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를 침공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가 충분히 강해졌다고 스스로 판단될 때에만” 고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해서가 아니라 강하다고 판단될 때 외교적 해결로 피점령 실지의 회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지만 젤렌스키의 영토 회복 관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침공 직후부터 우크라가 점령 당한 영토를 포기하고 러시아에 양보한다는 조건이 갖춰져야 평화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젤렌스키 역시 10개조 평화안을 통해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 영토를 완전히 모두 돌려줘야’ 평화가 이룩될 수 있다는 등 점령 당한 영토를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천명해 왔다.

우크라는 60만 ㎢의 영토 중 2014년에 크름반도 병합과 돈바스의 친러시아 분리 세력 점령에 의해 5만㎢를 상실했고 2022년 2월 전면 침공 초기에 9만 ㎢를 추가 점령당했다. 이후 4만 ㎢ 정도를 탈환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0.5만 ㎢를 빼앗겼다. 현재 약 11만 ㎢, 전 영토의 18.5%가 러시아 수중에 있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즉각 종전’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영토 완전 수복은 언급을 삼가고 우크라를 종전이나 평화 협상 전에 나토에 정식 가입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선 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의 재침을 봉쇄시킨 뒤 힘을 길러 실지 회복을 도모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우크라는 그 전부터 나토 가입을 강력히 요구해 왔으나 미국, 독일 등 최대 지원 우방들이 전쟁 중 가입은 확전의 지름길이라며 절대 불허라는 자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우크라가 당시 내놓지 않았던 ‘피점령 영토의 (일시) 포기’ 의사를 확실히 할 때 우크라의 나토 즉시가입 요구는 이전처럼 곧장 퇴짜를 맞는 처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죽지세의 러시아에 10만 ㎢에 가까운 영토를 추가로 점령 당하던 전쟁 초기에 “모든 전쟁은 외교 테이블에서 끝난다”는 묘한 말을 했었다.

그때의 ‘외교 테이블’과 지금의 ‘군사력보다는 외교적 수단’이 동일한 의미를 품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2022년 10월의 평화안과 2024년 8월의 승리계획 때보더 코너에 몰려 보다 절박해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승전을 위한 수사(레토릭)에 가려졌던 본래의 현실주의적 판단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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