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대 최고 수준의 국방비를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1일 승인했다. 같은 날 유럽연합(EU) 고위급 인사들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우크라이나를 찾아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정부 웹사이트에 공지된 내년도 예산의 32.5%(13조5000억 루블·약 174조9250억 원)가 국방비로 책정됐다. 러시아 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지난달 러시아 상·하원의 승인 과정을 거쳤고 이날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지출 계획이 확정됐다. 올해 예산에서는 국방비의 비중이 28.3%였던 만큼 큰 폭의 인상이며 동시에 최고 수준의 국방비 지출 계획이란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예산안 승인은 EU 신임 지도부가 임기 첫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마르타 코스 EU 확장·동유럽 담당 집행위원은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곧바로 종전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EU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타 의장은 EU가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42억 유로(약 6조2000억 원)를, 내년에는 매달 15억 유로(약 2조2000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스타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원을 철회할 경우 EU가 지원 자금을 늘릴 것이냐는 질문에 “EU는 필요하다면 언제까지든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에 더 많은 무기 지원을 호소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새로운 침략을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우크라이나가 강해질 때만 가능하다”며 나토 조기 가입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러시아 서부에 배치된 북한군이 전투 중 사망하거나 다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으로 많은 북한군이 최전선에 파견될 것이며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사용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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