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돈 정치’… 佛대사 이어 중동고문에도 앉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일 03시 00분


외교요직 기용… 1기때처럼 가족 의존
차녀 티퍼니 시아버지, 중동고문에
WP “불로스, 외교 경험도 없는데 아슬아슬한 휴전 중재 뛰어들어”
佛 “쿠슈너, 불어는 할줄 아나” 조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차녀 티퍼니의 시아버지인 레바논계 마사드 불로스(58)를 아랍 및 중동 수석 고문으로 지명했다. 전날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인 찰스 쿠슈너(70)를 주프랑스 미국대사로 앉힌 데 이어 또 다른 ‘사돈’도 외교 요직에 지명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사돈들을 잇달아 공직에 앉히면서 트럼프 1기에도 큰 비판을 받았던 ‘네포티즘(Nepotism·친족 중용주의)’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사돈을 잇달아 고위직에 앉히는 것은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란 의미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때도 장녀 이방카,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임명해 논란을 불렀다. 2기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3남 2녀 중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발탁, 2기 내각의 주요 인선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차남 에릭의 아내 라라는 대선 기간 중 공화당 대선 자금을 관장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라라는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의 국무장관 발탁으로 곧 공석이 될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랍계 지지 이끈 사돈 발탁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불로스가 아랍 및 중동 수석 고문으로 지명됐음을 알리게 돼 자랑스럽다”며 “그는 공화당과 보수적 가치를 지지해 왔고, 선거 캠페인의 자산으로 아랍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새로운 연합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불로스는 레바논에서 태어나 10대 때 텍사스주로 이주했다. 휴스턴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나이지리아 자동차 기업 ‘SCOA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다. 레바논 각계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팀엔 전통적인 외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없다”며 “(외교 경험이 없는) 불로스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휴전을 중재하는 아슬아슬한 일에 뛰어들게 됐다”고 평했다.

불로스는 이번 대선 중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9월 뉴욕 유엔 총회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을 접견했다. 또 7월에는 아바스 수반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도 전달했다.

● 2기 때도 ‘네포티즘 논란’ 지속 전망

쿠슈너 임명을 둘러싼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고위층에선 이번 인선을 두고 체념과 조용한 경멸이 뒤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쿠슈너가 프랑스어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자체를 전혀 모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쿠슈너는 탈세, 선거 자금 위반, 증인 매수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퇴임을 한 달 앞둔 2020년 12월 그를 사면했다.

FT는 “교도소까지 다녀온 범죄자이자 대통령과 가족인 사람을 지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 실형까지 산 인물을 주요국 대사로 발탁하는 것은 타국에 상당한 결례로 비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CNN도 “두 직책에 사돈을 발탁한 건 트럼프 당선인이 두 번째 임기에도 가족에게 의존했던 전례를 이어 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지명이 그간 차기 행정부와 백악관 요직을 충성파들로 채워온 트럼프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가족을 중심으로 한 정치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주니어와 라라는 대선 때부터 중책을 맡았던 만큼 2기 행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주니어는 부친의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달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당선인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해 고위직 인사에 개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사돈 정치#중동 수석 고문#마사드 불로스#찰스 쿠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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