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 때 ‘반도체의 제왕(Chip King)’으로 불렸던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텔은 2일(현지 시간) “겔싱어 CEO가 1일 자로 사임했고, 새로운 CEO를 찾는 동안 두 명의 임원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임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텔의 얼굴이던 CEO가 사임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겔싱어 CEO와 이사회가 시장 점유율 회복 및 엔비디아와의 격차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극심했다”며 “결국 이사회는 그에게 자진 사퇴나 해임 중에 선택하도록 했다. 사실상 이사회가 강제 퇴출시킨 것”이라고 보도했다.
1968년 설립된 인텔은 1990년대 세계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90%가량를 차지했다. 로고인 ‘인텔 인사이드’는 첨단기술의 상징으로도 통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혁신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20년 전후로는 대만 업체들에게도 밀리는 신세가 됐다.
1979년 인텔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겔싱어 CEO는 인텔 호황기에 승승장구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지냈다. 2009년 회사를 떠났던 그는 2021년 ‘인텔의 구원투수’로 큰 기대를 받으며 CEO로 돌아왔다.
하지만 인텔은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시장의 주류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술 트렌드를 놓쳤다. 엔비디아 등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최근엔 인수합병(M&A) 매물로 거론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52% 폭락했으며, 25년 동안 머물렀던 미 30대 기업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이다”라며 “현 상황에 정답이란 없다. 그의 자리를 채울 사람도 결국 힘든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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