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속 낮은 임금-힘든 업무
中청년들 현실인식 반영 신조어
‘스트레스에도 평정심 유지’ 의미
‘쑹츠간’도 10대 유행어에 뽑혀
“출근만 하면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 직장인 특유의 기운을 뜻하는 ‘반웨이(班味)’.”
“큰 스트레스가 닥쳐도 여유로움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상태인 ‘쑹츠간(松弛感)’.”
중국 잡지 야오원자오쯔(咬文嚼字)가 올해 가장 널리 쓰인 ‘10대 유행어’를 선정해 2일 발표했다. 취업난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국 젊은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할 때 주로 빗대어 쓰는 표현이 여럿 포함됐다.
반웨이는 출근이란 뜻의 단어 ‘상반(上班)’의 두 번째 글자와 맛 또는 냄새를 의미하는 ‘웨이(味)’가 합쳐진 신조어다. 평소 멀쩡하던 직장인들이 출근만 하면 피곤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바뀌는 모습을 일컫는다. 중국 젊은이들은 “반웨이가 지워지지 않는다”, “반웨이를 씻어내야 한다” 식으로 표현한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로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에 힘들어하는 중국 청년층의 인식이 반영된 신조어란 평가가 많다. 중국에선 올해 초 직장 생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잠옷과 트레이닝복 등 이른바 ‘역겨운’ 출근 복장이 유행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 항저우(杭州)일보는 “회사 업무로 쌓인 피로를 뜻하면서도, 일과 삶의 균형을 바라는 욕구가 담긴 표현”이라고 전했다.
쑹츠간은 반대로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이완 상태를 뜻한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에도 평정심과 여유를 보여준 게 쑹츠간의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팍팍한 일상에 치이는 일반인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자 결코 닿을 수 없는 감정이란 자조 섞인 반응도 적지 않다.
올해 또 다른 유행어로 꼽힌 ‘수이링링더(水靈靈地·싱싱하게)’도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된다. 한국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인 홍은채가 한 인터뷰에서 “똘망똘망하게”라 말한 것이 이렇게 번역되며 화제가 됐다. 처음엔 주로 ‘생기 있고 활기차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싱싱하게 해고됐다’와 같이 비꼬거나 비관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이번에 발표된 10대 유행어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분야의 단어들도 여럿 포함됐다. 고품질 생산력과 직결되는 ‘수즈화(數智化·디지털 인텔리전스)’, 인공지능(AI) 거버넌스와 관련된 ‘즈넝샹산(智能向善·선의를 가진 인공지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밖에 실버 산업의 발전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파리량(銀髮力量·은발의 힘)’, 과학·스포츠 분야에서 성인을 능가하는 재능을 가진 어린이를 가리키는 ‘샤오하이거(小孩哥·어른스러운 동생)’도 유행어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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