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보복” 위협한 트럼프 취임 앞두고…백악관, 선제적 사면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11시 20분


7월 24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재선 도전 포기 배경을 설명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이어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하면서, 후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바이든 백악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한 후 ‘사법적 보복’을 예고한 인사들에게 백악관이 ‘선제적 사면’을 논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거듭 정적(政敵)들을 겨냥해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위협을 가했다. 게다가 차기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트럼프를 수사·기소한 이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주장한 충성파를 앉히면서 백악관과 민주당 고위층의 불안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아들 헌터를 사면한 뒤 형평 논란에 부딪힌 상황에서 선제적 사면이 트럼프 당선인의 비판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변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 시간) 바이든 정부의 백악관이 트럼프 당선인의 타깃인 전·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사면할지 여부에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사면 논의는 에드 시스겔 법률고문이 주도하며,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을 비롯한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포괄적인 사면에 관한 백악관 내부 논의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이 같은 사면 논의가 민주당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보복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충성파’ 캐시 파텔을 FBI 국장에 지명하며 그가 트럼프의 ‘정치적 복수’를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파텔 지명자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비판자들을 추적하겠다는 발언을 했던 바 있다.

‘선제적 사면’ 후보군으로는 하원의 1·6 의사당 폭동 특위 위원인 △애덤 쉬프 하원의원 겸 상원의원 당선인(캘리포니아)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를 지원한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코로나19 관련 조치로 공화당의 비판을 받는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이 거론된다.

10월 13일(현지 시간) 캐시 파텔 미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가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프레스콧 밸리=AP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브랜던 보일 민주당 하원의원은 4일(현지 시간) “이것은 가상의 위협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트럼프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포괄적 사면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소속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역시 “트럼프의 보복이 명확해진다면 바이든은 선제적 사면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전임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면한 사례를 언급했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 사면을 할 경우, 되레 트럼프에게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아들 헌터 사면 결정은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온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헌터가 2014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1일까지 약 11년간 미국 연방법을 위반했거나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혐의를 사면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보복을 막기 위해 관리들을 사면한다면 바이든의 아들 사면에 대한 비난과 비슷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 일부는 필요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후보군으로 언급된 쉬프 의원은 “방어적이고 불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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