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의 인재요람 싱크탱크 ‘AFPI’
美 정계 움직이는 두뇌집단
‘적극적 정치 개입’ 원조 헤리티지… 레이건 집권 때 3000쪽 지침서 내놔
브루킹스는 마셜플랜 등 개념 수립… “미국 정치 양극화 부추겨” 비판도
“미국 수도 워싱턴은 싱크탱크가 움직인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다양한 싱크탱크들이 활동 중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싱크탱크들과 함께 정책을 분석하고, 의제를 개발한다. 워싱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싱크탱크들이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각종 보고서는 미국 정부와 의회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 정부와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진다. 말 그대로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이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대 로더연구소가 세계 싱크탱크 1만1175곳을 평가해 발표한 ‘2020 글로벌 싱크탱크 지수 보고서’에서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랜드연구소 등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싱크탱크들이 상위 20위 안에 포함됐다.
한때 미국 싱크탱크들은 ‘학생 없는 대학’으로 불릴 만큼 비(非)당파적 정책 연구에 집중했다. 현재처럼 진한 당파성을 띤 계기로는 1973년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등장이 꼽힌다. 헤리티지재단은 ‘싱크(think·연구)탱크’가 아니라 ‘두(do·행동)탱크’로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했다.
특히 1981년 공화당 소속인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리더십을 위한 지침’이란 3000쪽이 넘는 강령집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규제 완화, 정부 지출 감소 등 보수주의 철학이 담긴 재단의 정책 제안 2000여 건 중 60%를 실제로 도입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일할 인력도 공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1기 첫해였던 2017년 행정부에 들어간 헤리티지재단 출신 전현직 관계자는 70여 명에 이른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시 각종 계획을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도 내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인사들도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불법이민 정책을 책임질 톰 호먼 ‘국경 차르’ 지명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 등이 ‘프로젝트 2025’ 집필에 관여했다.
보수 진영에 헤리티지재단이 있다면, 진보 진영에는1916년 설립된 브루킹스연구소가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유엔 창설, 미국의 유럽 지원 계획 ‘마셜플랜’ 등의 기본 개념을 수립했다. 2017∼2019년 3년 연속 로더연구소로부터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혔다.
2003년 ‘진보 진영의 헤리티지 재단’을 표방하며 설립된 미국진보센터(CAP)도 빼놓을 수 없다. ‘큰 그림’과 행동력을 앞세운 CA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뇌’로 불릴 정도로 오바마 행정부 때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 정책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의 설계에도 관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주도한 인물 역시 존 포데스타 CAP 창립자다.
다만 주요 싱크탱크들이 미국 정치의 양극화에 기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E J 파간 시카고 일리노이대 교수는 중도 성향 싱크탱크 니스카넨센터 대담에서 “의회예산국(CBO)이 특정 정책에 대한 예산 추계를 내놓으면 헤리티지는 ‘그보다 덜 들 것’, CAP는 ‘더 들 것’이라며 각 진영에 유리한 정보만 생산한다”고 비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안보, 사회통합 등에 특화된 대형 싱크탱크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주목받은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처럼 특정 의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소규모 싱크탱크들이 향후 분업체계를 이루며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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