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정권 붕괴에 “집으로 돌아가라”
독일·오스트리아·영국·스웨덴 등
정세 불안 여전…귀국 거부 가능성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 정권 붕괴 이후 유럽 국가들이 시리아 난민 심사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시리아 망명 신청 처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독일은 이날 4만7270건의 난민 신청 처리를 보류했다. 기존에 처리된 신청 건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페저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아사드의 폭정 종식은 고문, 살인, 테러를 겪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안도감을 준다. 독일에서 보호 받고 있던 많은 난민들은 시리아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시리아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고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귀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다”며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가는 좀 더 강경하게 귀국을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시리아로의 질서 있는 송환 및 강제 추방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선 망명 신청 중단으로 7300건이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반면 EU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누아르 엘 아누니 EU 대변인은 “안전하고 자발적이며 품위 있는 시리아로의 귀환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사드를 축출한 시리아 이슬람 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과는 “현재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HTS는 2016년 시리아 알카에다 지부와 관계를 단절했지만 EU는 여전히 이 단체를 제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유럽에서 삶의 터전을 닦아 온 시리아 난민들이 귀국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동·유럽 난민 전문 전직 미국 고위 외교관인 리처드 올브라이트는 “유럽 정부들은 시리아 난민들이 다시 몰려올 것이란 예상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혁명 결과는 유럽에서 형성된 삶의 뿌리를 뽑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을 멈추게 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기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유럽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10년 이상을 보낸 난민들에게 이슬람 정부 하의 시리아로 돌아가는 것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관용을 약속한 난민에게조차 위험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HTS와 시리아국가군(SNA) 등 시리아 반군은 지난달 27일 정부군을 상대로 공격을 개시, 제2 도시 알레포를 비롯 이들리브, 하마, 홈스 등을 차례로 장악했고 8일 도 다마스쿠스까지 점령하면서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렸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했고 무함마드 가지 알잘랄리 총리는 9일 권력 이양을 합의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으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으로 1400명이 고국을 떠나야 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은 130개국으로 퍼졌고 대부분은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에 머물고 있다. 유럽 중에선 독일에 가장 많은 100만명 가까이가 피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독일, 스웨덴 등 한때 수용적이었던 국가들도 이민 문제에 점점 더 강경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보수적인 국가는 시리아 일부 지역에 난민을 수용할 안전한 구역을 만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8일 아사드 정권 붕괴는 “현재로선 좋은 소식”이라면서 “국가의 법과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래의 통치자들이 모든 시리아인이 존엄과 자결권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하는지, 제3자의 악의적인 간섭으로부터 시리아 주권을 수호하는지, 이웃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