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에서 한미 동맹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2일(현지 시간) CSIS 온라인 대담 ‘캐피털 케이블’에서 “(현 상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전날 CSIS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다”며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이슈부터 관세, 반도체 법까지 민감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 간의 개인적 유대는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이런 사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여름이 지나도록 계속되거나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언급하며 “이러한 조합은 거의 확실히 한국에 대한 관세가 10% 이상이 될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의 리더십이 회복되기 전에 분명히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래서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 것인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계엄 이후 혼란한 정국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위상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돼 왔는데 지도자가 없다면 (지금까지의 위상은) 쉽게 사라질 수 있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지역을 경제적·안보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한국과 동맹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에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비판한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헌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건 탄핵 사유가 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시드 사일러 전(前)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야당이 새로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일 협력이 어려워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새 정부가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수 있다”며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암시하는 불안한 징조”라고 걱정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왜 한국에 많은 주한미군을 배치해야 하고, 왜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며 “서울에 새로 들어선 정부가 미국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왜 우리(미군)는 여전히 그곳(한국)에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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