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다. 지난달 5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뒤 국내 정·재계 인사 중 마러라고를 방문한 사람은 정 회장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은 19일까지 3박 4일 방문 일정 중 17, 18일 이틀간 트럼프 주니어와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마가)’의 후계자로 지목된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선에 관여하며 ‘실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순복음교회 초청으로 올 8월 한국을 방문하는 등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서로를 ‘형제’라 부를 만큼 수년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정 회장은 16일 마러라고로 가는 전세기 탑승에 앞서 경유지인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개인적인 일정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트럼프 주니어와) 정치적인 이야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사업, 신앙 얘기 등을 주로 나눴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보편 관세 등을 부과해 한국 경제가 크게 악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묻자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주니어도 저에게 ‘아버지(트럼프 당선인)가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고, (한국 등) 동맹에 그렇게 짐을 지게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 측과 사업 및 투자 관련 논의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구체적인 회동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트럼프 당선인 측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마러라고에서 미국, 일본 등의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상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사 중 처음으로 정 회장이 마러라고를 방문하게 된 것도 트럼프 주니어와의 개인적 친분도 작용했지만, 기존 외교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인들과의 접촉을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 측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여파로 정부의 ‘외교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만큼,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 네트워킹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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