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사저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내가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과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 데 이어 대선 승리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김 위원장을 언급한 것이다. 반면 기자회견 내내 한국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리더십 부재 상태인 한국은 건너뛰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 심화되고, 북한과 핵 문제 등을 놓고 직접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속히 만날 뜻을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는 당장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전 만날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전까진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기자회견 중 한국계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나란히 서서 “소프트뱅크가 향후 4년간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해 최소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치를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관세가 미국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며 “모든 카드를 갖고 관세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손정의 “1000억 달러 美투자”에 트럼프 “두배로”… 손 “노력할것”
대선 승리후 첫 회견 孫회장 대동 美투자 치켜세우며 日과 밀착 과시 김정은-시진핑 등 언급속 韓은 빠져 尹탄핵 상황 ‘한국 패싱’ 현실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 시간)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한국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을 여럿 언급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나란히 서서 그의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미국 투자 계획을 치켜세우는 등 일본과 한껏 밀착한 모습을 과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국이 리더십 공백을 맞은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코리아 패싱’ 또한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쯤 한미 정상회담이 실현될지 알 수 없고,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의 북-미 정상 외교에 나설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는데도 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 “김정은과 잘 지내” 거듭 강조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사저 마러라고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대학살”이라며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푸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산 장거리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나쁜 일”이라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한 것 또한 이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며 “(미국의 미사일 사용 허가가) 북한 군인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불러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왜 내 의견도 묻지 않고 그런 일(미사일 사용 승인)을 했을까. 나는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큰 실수”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선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로는 북한군 파병이 먼저 이뤄졌고, 이후 미국이 미사일 사용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을 언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전 이시바 총리와 만날 뜻을 밝히며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주요국 정상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 가장 먼저 만났다.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15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당선인,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만찬을 했다.
시 주석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은 함께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는 나의 친구”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전까지 그와 좋은 관계였다”고 덧붙였다.
● 손정의에게 “2000억 달러로 투자 늘려 달라” 요청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회견장에 손 회장을 대동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1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최소 10만 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자신의 재집권으로 손 회장이 미국 상황을 낙관하기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고 자찬했다. 손 회장이 트럼프 1기 때도 5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약속을 지켰다고 치켜세웠다.
손 회장 역시 “미 경제에 대한 신뢰 수준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엄청나게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손 회장에게 “투자 금액을 2000억 달러로 늘려 줄 수 있냐”고 질문했다. 손 회장은 박장대소하며 “더 투자해 달라고 하니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보겠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뛰어난 협상가”라고 호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손 회장)가 2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하며 손 회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위대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를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또 “취임 첫날부터 미국을 번영시키기 위해 대담한 개혁을 신속히 시행할 것”이라면서 “1개의 새 규제를 만들면 기존 규제 10개를 없애겠다. 일자리를 죽이는 규제를 대폭 감축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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