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경쟁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패배 승복 후 첫 공개 연설을 갖고 “끝까지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권 주자에 다시 도전할 것인지 고심하며 차기 행보를 저울질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 달간 많은 사람이 내게 피로감을 느낀다고, 어쩌면 체념한 것 같다고 말했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아무도 물러설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이 싸움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미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그의 발언이 정계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AP는 “트럼프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연설은 자신을 야당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참모진들은 그가 2028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할지, 혹은 2026년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경우 2년 뒤에 치러지는 대선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권에선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를 다음 선거에 다시 내지 않는 것이 관례다. 미국에서 재선에 실패한 후보가 다시 대선에 도전해 당선된 경우는 트럼프 당선인을 제외하면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1885년~1889년, 1893년~1897년)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후 투입돼 선거운동을 약 100일밖에 진행하지 못했음에도 빠르게 평판을 끌어올렸다며 대권 주자로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한 측근은 CNN에 “주지사 출마는 ‘디딤돌’이 아닌 ‘마무리’”라며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주지사 자리를 포기하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예상보다 큰 격차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패배한 만큼, 2028년 대선에 나설 경우 민주당원들로부터 올해와 같은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당 내부 경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유력 후보들이 캠페인 준비를 시작하며 경쟁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해리스 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만큼 그가 출마한다면 당선될 확률은 매우 높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주 의원, 주 법무장관, 연방상원의원 등의 직책을 10년간 역임했다.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로 도전하려는 다른 후보들 역시 해리스 부통령이 경쟁에 참여한다면 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이날 미국 각 주(州)의회에선 선거인단이 모여 지난달 5일 치러진 미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진행했다. 선거인단들은 자신이 속한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만큼,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결과를 재확인하고 당선을 확정하는 절차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미 대선에서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승리하며 과반을 훌쩍 넘는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