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우크라만 회담 조건 결정할 수 있다”
트럼프 복귀 한 달 앞두고 우크라·EU 패싱 견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계기로 모인 회원국 정상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없이 평화협상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을 한 달께 앞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스스로의 동의와 EU의 동참을 전제로만 논의·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미국에 통보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언급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탓에 EU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P, 폴리티코 등 외신을 종합하면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19일(현지시각)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을 의제로 논의한 끝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없는 평화협상은 없다는 결론에 대체로 동의했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만이 회담 조건을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그 문제를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우크라이나는 아직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뤼크 프리당 룩셈부르크 총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해야 한다. 모든 조치는 우크라이나와 EU 앞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다른 곳이 아닌 유럽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장기적인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한 지원을 가능하게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방공망, 포병, 탄약이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다.
EU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숄츠 총리는 이와 관련해 “유럽과 미국 간 사이좋은 협력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머리 위에 어떠한 결정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항상 존재한다. 이는 당연히 유럽 국가의 결정보다 우선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가능한 모든 협상에서 더 강한 쪽이 되려고 한다”며 “유럽에서 무수히 많은 토론장이 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정말 전략적인 행위자, 세계적 전략 행위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나 항복을 논한 것이 아니라며 “우크라이나만이 침략받은 국가로서 평화의 의미와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정당하게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측할 때가 아니라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우크라이나를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성탄절 휴전을 제안하면서 “제가 본 것은 전장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오르반 총리는 “전장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교가 군사적 교전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외교가 앞장서지 않으면 전쟁의 종식을 보지 못하고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탄절 휴전 제안을 거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이 함께해야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막고 우크라이나를 구할 수 있다. 유일한 효과적인 안전 보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이라고 호소했다.
EU는 정상회의 뒤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규탄하면서 이를 지원한 북한을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돼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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