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구체적 의무 등 법에 담아
“韓, 운행-운전면허 통합 관리 필요”
해외 각국은 무인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동시에 관련 법제도 정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법제화 속도는 빠르게 발전하는 자율주행기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는 지난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유럽연합(EU) 회원국 또는 스위스 정부의 승인을 받은 무인 자율주행차가 정해진 지역에서 운행하는 것을 허용했다. 법과 조례에는 차량을 감독할 ‘관리자(Operator)’의 구체적인 의무가 담겼다. 관리자는 차량 근처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스위스 내에서 근무하며 차량을 상시 감독해야 한다. 관리자와 차량에 탑승한 승객은 언제든 통신 가능해야 하고, 관리자 한 명이 차량 여러 대를 감독해도 된다.
아울러 승인 받은 무인 자율차는 승객과 화물 모두 운송할 수 있고,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해당 법이 통과된 덕분에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제네바 근교 서남부에는 내년 3월 법이 발효되자마자 무인 자율주행버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독일은 이보다 앞선 2021년 자율주행법을 마련해 무인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운행을 허용하고 무인 주행 상황을 관리할 ‘기술감독자’를 규정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2022년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비해 무인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특정자동운행’ 개념과 운행 안전성을 확보할 책임자 등을 법에 명시했다. 이미 무인 로보택시가 도로를 달리며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는 ‘원격운영자’와 같이 무인 자율주행에 필요한 세세한 요건을 법에 규정했다.
반면 한국의 법 제도는 아직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해 자율주행시스템을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에 관한 내용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무인 자율주행 시 기존의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법적 개념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국의 입법 및 정책 추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주요 문제점으로 꼽힌다. 탁세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운행과 운전 관련 법 제도를 모두 자동차관리국(DMW)이 통합해서 관리하지만 한국은 국토교통부가 운행 면허를, 경찰청이 운전 면허를 각각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관리 부처만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독일에서는 도로교통법(StVG)만 개정하면 되는 사안도 한국에서는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등을 전부 살펴봐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해외 입법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정부 및 법률 담당 부처 간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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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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