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갈수록 굶주리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는데, 유엔 인도적 지원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잔인한 방정식(brutal equ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세계 곳곳에서 내전이 장기화되고 극한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지원 수요는 늘지만, 유엔의 양대 기부자인 미국과 독일이 기여하는 금액은 내년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올해 인도적 구호금 목표액을 496억 달러(약 72조3700억 원)로 잡았지만, 이 중 46%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2016년 약 200억 달러 목표액 중 59%를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의 구호기구 세계식량계획(WFP)은 로이터통신에 “평년에 시리아에서 600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대상을 100만 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내년엔 약 3억700만 명이 도움이 필요하지만, 1억1700만 명분의 구호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유엔의 핵심 기부자들이 재정 압박 등에 시달리고 있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 5년 동안 645억 달러를 기부하며 유엔 기여금의 38% 이상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6일 X에서 “미 국민을 위해 해외 원조를 투명하게 살피겠다”고 밝혀 유엔 기여금 삭감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약 35억 달러를 기부했던 독일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독일 의회는 2023∼2024년 인도적 기금을 5억 달러 삭감한 데 이어 내년엔 10억 달러를 더 줄이라고 권고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또 “다른 경제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인도가 지난 5년간 유엔 인도적 기금에 기여한 비중은 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옌스 레르케 대변인은 “기여금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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