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공론화 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던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인 짐 리시 의원(아이다호)과 로저 위커 의원(미시시피)이 내년 1월 3일 출범하는 제119대 미국 의회에서 각각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수위가 올라갈 때마다 워싱턴 정계 안팎에서 거론됐지만 역대 어느 미국 행정부도 공개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았다. ‘미국의 핵우산을 중심으로 동맹국을 보호한다’는 미국의 기조와 맞지 않는 데다 일본의 핵무장 추진 등 동북아 전반의 ‘핵 도미노’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주한미군 철수 및 축소 등을 거론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 가능한 카드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 미국 의회 및 행정부 주요 포지션에 한반도 핵 재배치 등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인사들이 포진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 美 의회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 “한반도 핵무장” 언급
119대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맡기로 한 존 슌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은 최근 119대 의회의 주요 상임위원회 배정을 발표했다. 그는 리시 의원을 외교위원회, 위커 의원을 군사위원회에 각각 배치했다. 두 의원은 현 118대 의회에서 각 해당 상임위원회의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는 119대 의회가 출범하면 각각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될 것이 유력하다.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는 각각 국무부와 국방부를 감독하고 예산도 편성한다.
두 의원은 앞서 수차례 한반도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커 의원은 올 5월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한반도에 깜빡이는 비상등에 주목하고 미국의 핵 전진 배치 태세를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리시 의원은 지난해 3월 일찌감치 “한국에 핵무기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5월 상원 청문회에서도 “미국의 핵무기를 아시아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지는 중국, 북한 등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식 핵 공유 구상을 아시아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 ‘투 톱’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대(對)중국 강경파로 유명하다. 왈츠 지명자는 2017년 폭스뉴스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비치와 일본 무장으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슈퍼 매파’인 이들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과정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핵 공유 체계 구축은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트럼프 2기의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으로 내정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 트럼프 1기 때도 전술핵 재배치 거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거론됐다. 2017년 3월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북핵 관련 회의를 갖는 과정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 북한에 ‘극적 경고’를 보내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9월 NBC방송 또한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올 8월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한국에서는 미국의 비확산 체제에 반하는 자체 핵무기 보유를 금기로 여겨 왔지만 한미 동맹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으로 한국 내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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