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 산업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가 역설적으로 그가 수년간 비난해왔던 재생에너지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 시간) AI와 가상화폐 사업이 ‘전기 먹는 하마’라는 점에 초첨을 맞춰 이같이 내다봤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 및 측근들과 함께 에너지 전략을 논의한 케빈 크레이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WSJ에 “우리는 AI나 가상화폐를 향한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전기가 없다”며 “화석연료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등 가능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위기’를 부정하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녹색 사기’라 비난했지만, AI와 가상화폐가 사용하는 전기량을 생각하면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온라인 검색이 한 번에 평균 0.3Wh(와트시) 전력을 사용한다면, 챗GPT와 같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생성형 AI는 이의 10배 수준인 2.9Wh를 소비한다. 이미지·영상을 생성하는 AI의 전력 소모량은 40~60배로 더 올라간다.
WSJ에 따르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재생에너지 확보에 힘쓰고 있다. 실제 가동까지 시간이 걸리는 원전에 비해 신속하게 전력 공급을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파 정치인들과 달리 글로벌 이미지를 신경써야 하는 기업들은 탄소 감축 미션도 달성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빅테크들이 현재도 풍력·태양광의 최대 소비자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구글은 최근 지열 발전 프로젝트 투자에까지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열은 지구 내부에서 발생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태양광 발전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엑소와트’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10억 달러(약 1조4636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이들에 대해선 환경 허가 등 모든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송전 인프라 구축 장벽을 낮춰 재생에너지 확산을 가속화시킬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WSJ는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에 전기차도 비판해왔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지지하자 전기차에 대한 입장을 완화했다”며 취임 후 상황에 따라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번 선거 기간 내내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고 국가 비축용으로 비트코인을 모으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한때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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