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 추락 여객기, 러 방공미사일이 우크라 드론으로 착각해 요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7일 00시 28분


정부 소식통 인용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가던 엠브라에르 190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25일(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악타우시 인근에 추락, 사고기 잔해가 흩어져 있다. 악타우=AP 뉴시스

25일(현지 시간) 추락해 탑승객 67명 중 38명이 사망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소속 여객기(J2-8243편)가 러시아의 방공미사일에 격추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처음 이 여객기가 추락했을 땐 새 떼와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이 추락 원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관련 조사에 참여한 아제르바이잔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대응하는 러시아 방공망이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아제르바이잔 현지 매체인 AnewZ와 로이터통신 등은 복수의 아제르바이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망으로 인해 추락했다고 전했다. AnewZ는 “여객기가 그로즈니(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수도) 상공에서 러시아의 판치르-S1 방공망에 피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아제르바이잔 정부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한 여객기는 25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 노선은 육지 위를 날아가는 직선 항로다. 그러나 항공기는 항로를 크게 벗어난 지역인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추락해 사고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AnewZ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군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방공망을 가동 중이었다. 또 러시아 측은 군사 활동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영공을 폐쇄하지 않았고, 방공망에서 발사한 미사일 공격을 받은 아제르바이잔 항공기가 긴급 착륙 요청을 했음에도 그로즈니 공항을 포함한 3개의 러시아 공항에서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 측의 전파방해로 해당 여객기는의 통신 시스템은 러시아 영공 내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여객기는 원래 항로를 크게 벗어나 카자흐스탄의 악타우 공항에 착륙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미 기체가 손상돼 비상 착륙에 성공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이날 유로뉴스도 아제르바이잔 측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항공기가 그로즈니 상공에 있던 중 러시아의 방공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사일의 파편이 기체 옆에서 폭발하면서 승객과 승무원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공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오인 공격설’에 관한 질문에 “조사관들이 결론 내리기 전 가설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민간 항공감시업체는 “새 떼와의 충돌에 따른 비상 상황으로 항로가 변경됐다”고 밝혔다.

AnewZ는 해당 사고가 ‘고의’가 아닌 ‘실수’로 보이지만, 러시아에서 항공기를 공격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상황이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며 “러시아가 항공기 격추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여객기 추락#러시아 방공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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