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개혁의 설계자’로 꼽히는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사진)가 26일(현지 시간) 수도 뉴델리 병원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92세.
2004년 5월~2014년 5월 집권했으며 시크교도인 그는 1947년 인도 독립 후 최초의 비(非)힌두교도 총리다. 공식석상에서 언제나 시크교도의 고유 복장인 터번을 머리에 둘렀다. 힌두 극우주의를 주창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또한 ‘X’에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시크교도는 14억 명 인도 인구 중 약 2%에 불과하다.
1932년 북서부 펀자브주에서 태어난 싱 전 총리는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귀국 후 펀자브대에서 교수로 활동했고 인도가 국가 부도 직전에 몰렸던 1991년 재무장관이 되어 감세,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등을 적극 추진했다.
2004년 총리에 오른 후에도 이 기조를 이어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그의 집권 동안 인도는 연평균 7%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였던 인도를 시장경제 체제로 변모시켰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2006년 미국과 핵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인도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핵기술과 연료를 제공받는다는 것이 골자다. 이 협정 후 미국과 인도의 밀착이 강화됐다.
그는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신사 정치인”으로도 불렸다. 다만 임기 후반 우유부단한 의사결정, 부패 스캔들 연루 등으로 비판받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