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 정부가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몬테네그로 일간 비예스티가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비예스티는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범죄의 심각성, 요청 순서, 요청자의 국적 등 다양한 기준을 평가한 후 미국의 인도 요청을 수락했다”며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이 권도형에 대한 인도 명령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권 씨는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 뒤 법망을 피해 다니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면서 한국과 미국이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여왔다. 권 씨는 경제사범 형량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한국으로 송환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가 24일 권 씨 측이 제기한 인도 결정 권한 관련 헌법 소원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한 데 이어 이날 법무부가 권 씨의 인도국가를 미국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권 씨는 한국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고, 미국에서도 상품사기, 시세 조작, 증권사기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발생한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 최소 약 400억 달러(약 56조 원)로 추정된다. 권 씨가 미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면 예상 형량이 최고 징역 100년 형 이상이어서 사실상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여러 죄를 저질러도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을 1.5배 가중해 처벌하는 ‘가중주의’를 택하지만 미국은 각 범죄의 형량을 상한선 없이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따르기 때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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