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사건 러 영공서 발생 사과”
‘러 오인 격추’ 사실상 인정했지만
사고 책임 등엔 전혀 언급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발생한 아제르바이잔항공 ‘J2-8243편’ 여객기 추락사고에 대해 사흘 만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다만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는 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28일 “푸틴 대통령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비극적인 사건이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이어 “여객기가 (도착지인) 그로즈니 공항 착륙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당시 그로즈니 일대 상공은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방공망을 가동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오인 격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푸틴 대통령은 사고 원인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그에 대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있다. 피해 보상이나 책임자 엄벌 등도 언급하지 않아 아제르바이잔 측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이날 “양국 대통령이 통화했다”고 발표하며 여객기의 추락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여객기가 러시아 영공에서 외부로부터 물리적, 기술적 영향을 받아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데 사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여객기가 격추된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알리예프 대통령은 “항공기 동체에 수많은 구멍이 있었고, 승객과 승무원은 기내로 뚫고 들어간 ‘이물질’에 부상을 입었다”며 “여객기는 조종사들의 용기와 전문성 덕에 비상 착륙했다”고 밝혔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사고 당일 연례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다가 추락 소식을 듣고 곧바로 귀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를 적대시하지 않으면서도 서방과의 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국가”라며 “푸틴 대통령의 ‘반쪽 사과’가 자칫 현지에 분노를 불러일으켜 구소련 일대 러시아 영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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