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시진핑 ‘비서실장’에 타진”
1기땐 90여개 공식채널 모두 폐쇄
김정은-푸틴과도 직접 대화 나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구축한 대(對)중국 공식 대화 채널들을 없애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대화하는 ‘직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도 직접 대화하거나 조기 회동에 나설 의지를 거듭 내비쳐 왔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년 반 동안 미 재무부 고위 관료들은 두 달에 한 번가량 중국 측 인사들과 만났다”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이러한 대화 채널이 유지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지만 중국을 상대하는 전략 자체는 상당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당국 간 크고 작은 다양한 채널 중심으로 소통하려는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정상들이 직접 대화하는 걸 선호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1기 때도 90개 이상의 미중 공식 대화 채널을 임기 중에 사실상 모두 없앤 바 있다.
WSJ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이미 중국에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과 직접 소통하고 싶단 의사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정부는 정기적인 대화 채널로 얻을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을 선호해 이러한 접근 방식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WSJ는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풀어가려고 하는 경향은 1기 때부터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더 적극적으로 정상 간 소통 중심으로 외교관계를 풀어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1기 때 경험을 축적한 트럼프가 이제 주변에 ‘충성파’를 잔뜩 포진시켜 자신감까지 커진 만큼, 앞으로 외교 문제를 직접 풀고자 하는 의지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 측은 김 위원장과도 직접 대화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고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북-미 정상 간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우정)’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도 속히 만날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리더십 공백’에 빠진 한국은 ‘패싱(건너뛰기)’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가결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정상 소통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과의 대화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 직거래에 나서면서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직결되는 논의에서 정부가 소외된다면 한국의 안보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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