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병사 “최고사령관에 배은망덕 저질러”… 죄수 부대 러 파병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03시 00분


우크라, 전사추정 北병사 일기 공개… “黨에서 인생 새출발 길 열어줬다”
北, 사면-감형 등 내걸고 파병한 듯
美 “北군인들 투항 거부 목숨 끊어… 北가족들 보복 당할까 두려워한 듯”
우크라, 쿠르스크 점령지 절반 잃어

쿠르스크서 전사 추정 ‘北 정경홍의 일기’ 우크라이나군이 28일 공개한 숨진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의 메모. 여기에는 “당에서는 나에게 인생의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재생의 길을 열어줬다”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복귀 후 사면이나 감형 등을 약속받은 범죄자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쿠르스크서 전사 추정 ‘北 정경홍의 일기’ 우크라이나군이 28일 공개한 숨진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의 메모. 여기에는 “당에서는 나에게 인생의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재생의 길을 열어줬다”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복귀 후 사면이나 감형 등을 약속받은 범죄자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당에서는 내게 인생의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재생의 길을 열어줬다. … 나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숨진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의 메모를 28일 세 번째로 공개했다. 최근 특수작전군은 정경홍이 무인기(드론) 대응 방법과 전우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어 놓은 메모도 공개했다.

일기 형식인 이번 메모에는 정경홍이 어떤 큰 잘못을 저질러 참전을 통해 갱생 기회를 얻었다고 언급하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북한의 ‘죄수 부대’ 파병설을 뒷받침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런 북한군들이 가족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포로로 잡히면 투항 대신 자결을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쟁 양상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군 파병 뒤 러시아의 쿠르스크주 공세가 거세지며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 점령지의 절반가량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르스크주에 투입된 우크라이나군은 사기 저하가 심각해 안팎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北 군인들, 포로로 잡힐까 봐 서로 처형”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공개한 메모와 발표 등에 따르면 정경홍은 “나는 은혜로운 왕의 품속에서 세상에 무리 없이 마음껏 배우며 자랐다”며 “조국보위는 공민의 신성한 의무이며, 조국이 있어야 나의 모든 행복이 있기에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지키기 위해 혁명의 군복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정경홍은 또 “주임상사로 진급할 기회라는 축복이 주어졌지만, 당의 사랑과 은덕을 저버리고 최고사령관 동지를 저버리는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당은 나에게 인생의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재생의 길을 열어줬다”며 “이번 작전에서 대오의 맨 앞에서 달려갈 것이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겠다”고 썼다. 특수작전군은 이를 두고 “정경홍은 어떤 잘못으로 인해 러시아로 파병됐다”고 추정했다.

이런 북한군들이 자신이 투항할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이 위험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7일 “북한 군인들은 투항하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붙잡힐 경우 가족들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북한군 사상자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북한군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 책임자들은 군인들의 생존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모든 것은 북한군이 우리에게 잡히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또 포로로 잡히지 않기 위해 북한군이 서로를 처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 “우크라, 쿠르스크주 점령지 절반 잃어”

북한군이 전투에 가세한 뒤 러시아의 쿠르스크주 공세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올해 8월 기습으로 점령했던 쿠르스크주 지역의 절반가량을 다시 잃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나머지 점령지 역시 내년 봄이면 전부 잃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군 지휘관들은 AP통신에 “현 상황이 어려워 사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쿠르스크 점령 자체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고 전했다. 한 소대장은 “상급자들이 방어 전선 위치를 변경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 거절하고 있다”며 “결국 최후까지 버티는 병사들만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한편 북한이 추가 파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봄까지 8000명의 군인을 추가로 보낼 수 있다”며 “우위를 점한 러시아가 협상 전에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휴전 회담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러시아#북한군 파병#정경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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