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별세…향년 100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07시 19분


2015년 8월 20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카터 센터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걸린 피부암이 뇌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 출처 카터 센터 공식 홈페이지
미국 39대 대통령(1977년 1월~1981년 1월)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00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뒤 다양한 평화 및 인권 활동으로 ‘가장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왔던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앞서 2022년 10월 98번째 생일을 맞아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장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미중 데탕트(긴장 완화)를 가속화하고 중동전쟁을 치렀던 이스라엘과 이집트이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다만 2차 오일 쇼크, 물가 급등, 이란 혁명세력의 주이란 미국대사관 점거 및 미국인 인질 사건 같은 악재가 터지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패해 연임에는 실패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오명까지 얻었지만 퇴임 후가 오히려 더 빛났다. 활발하게 평화 증진 및 인권 보호 활동을 펼치며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이란 평가를 얻게 된 것. 그는 특히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고조됐던 1994년 6월 직접 북한으로 날아가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 북핵 동결을 논의했고, 이를 토대로 제네바 협의를 도출했다. 또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간 남북정상회담도 이끌어냈다. 다만 김일성이 카터 전 대통령 방문 뒤 14일 만에 사망해 실제 회담이 성사되진 못했다. 북핵 위기 해결에 기여하고, 에티오피아·수단·아이티·세르비아·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평화 중재자’로 활약한 공로를 인정 받은 카터 전 대통령은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5년 피부암인 흑색종이 뇌와 간으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 해 말 완치됐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낙상으로 뇌 수술까지 받도고 해비탯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에 참여하며 외부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최근 수년 동안 고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에 시달렸다.

이후 그는 2023년 2월 자신과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설립한 카터센터를 통해 “추가적인 치료 대신 가족과 함께 집에서 여생을 보내며 호스피스 치료를 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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