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간)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은 근현대를 온몸으로 관통한 만큼 그 생애에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카터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땅콩 농부’였다. 1924년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태어난 카터 대통령의 아버지는 당시 유명한 지역 사업가 겸 땅콩 농장의 농부였다. 미 해군에서 복무한 뒤 1953년 전역한 카터 전 대통령 또한 조지아주로 돌아와 아버지의 땅콩 농장을 물려받았다. 이후 그의 정계 활동에 농부 이력은 자산이 됐다. 직접 땅콩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통해 근면, 성실한 미국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선 선거운동 때는 땅콩 봉지에 ‘지미 카터를 대통령에’라는 문구를 찍어 유권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애칭으로 취임한 첫 미국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의 풀네임은 ‘제임스 얼 카터 주니어’, 이름은 제임스이지만 ‘지미’라는 이름을 사용해 대통령 취임 선서까지 했다. 그 스스로 친근한 ‘지미’라고 불리기를 좋아했으며, 공식 석상에서도 제임스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다. 빌(윌리엄) 클린턴과 조(조셉) 바이든 전 대통령도 애칭으로 불리지만 대통령 선서는 본명으로 했기에 이는 독특한 선택이라고 WP는 짚었다.
아내인 로잘린 여사와는 미 정계에서 유명한 잉꼬부부다. 두 사람은 카터 전 대통령이 21살, 로잘린 여사가 18살이었을 때 결혼해 77년을 해로했다. 로잘린 여사는 카터 대통령의 90번째 생일 축하연에서 “그는 내가 항상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서로를 향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로잘린 여사는 2023년 11월 별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 이후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신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이기도 했다. 카터 대통령은 1979년 백악관 웨스트윙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한 첫 대통령이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석유 수입을 줄이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1976년 선거운동에 비행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첫 대통령 후보기도 했다. ‘피넛 원’으로도 알려진 카터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용 비행기는 내부에 특수 컴퓨터 장비를 설치해 본부와 일정을 조율하고, 홍보 조직과 즉각 연결할 수 있도록 해 당시 반향을 일으켰다. WP는 그런 카터 대통령에게 “컴퓨터 중심 후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해군 복무 당시 붕괴된 원자로 안에서 89초 동안 노출된 아찔한 경험을 갖고 있다. 1952년 캐나타 온타리오주에 있는 초크리버 원자력 연구소에서 원자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카터 대통령 등 미 해군이 지원을 위해 파견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중위이자, 최초의 핵잠수함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원자로 내부에 들어가 손상된 부분을 해체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89초 만에 일반인이 1년 동안 흡수하는 것과 같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됐고, 6개월 동안 소변에서 방사능 양성 반응이 계속 나왔다고 회고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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