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퍼스트 프렌드’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2월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옹호하는 기고를 현지 언론에 게재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총선 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이런 머스크를 두고 “고압적이고 주제넘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은 현 제1 야당이자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29일 현지 신문 ‘벨트암존탁’에 감세, 규제완화 등 AfD의 경제 정책을 옹호하며 “이 나라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AfD가 독일을 경제적 번영, 기술 혁신으로 이끌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AfD는 반(反)난민, 유로화 탈퇴 후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창하는 강경 극우 성향이다. 2021년 독일 정보당국으로부터 “극단주의 조직으로 의심된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경제난, 반이민 정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에 힘입어 최근 기민당에 이은 지지율 2위를 점하고 있다. 알리체 바이델 AfD 대표 또한 이런 머스크에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하지만 메르츠 대표, 집권 사회민주당의 자스키아 에스켄 공동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메르츠 대표는 “서방 민주주의 역사상 우호국의 선거 운동에 간섭한 사례를 기억할 수 없다”며 타국 정치에 대한 고압적이고 주제넘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독일 유명 사업가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웃사이더 정치인을 지지하는 기고를 한다면 미국인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고도 반문했다.
에스켄 대표 또한 “외부에서 독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 AfD 같은 반민주주의적이고 인간을 혐오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구든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일갈했다. 벨트암존탁의 칼럼 편집자 에바 마리에 코겔 또한 머스크의 기고를 허용한 경영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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