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계열 무장단체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이 주도하는 시리아 과도정부가 중앙은행 총재에 여성을 임명했다. 시리아가 194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여성이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과도정부는 여성 정책 담당 부서의 책임자에도 여성을 임명했다. 이슬람권에서 차별을 받던 여성을 포용하는 정책을 통해 새 정부의 민주적이며 인권 보여줌으로써 미국 등 서방 세계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과도정부는 중앙은행 총재에 마이사 사브린 부총재를 임명했다. 사브린은 시리아 명문대학인 다마스쿠스대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15년 이상 중앙은행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부터는 다마스쿠스 증권거래소 이사로도 활동해왔다.
사브린 총재의 최우선 임무는 내전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낙후된 시리아의 경제 재건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 시기 발생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민 3분의 1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정부의 여성 관료 임명이 미국 등 서방 세계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과거 알카에다와 연을 맺은 HTS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따른 통치를 할 것이란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과도정부는 앞서 22일 여성 정책 담당 부서 책임자로도 인도주의 여성 활동가인 아이샤 알 딥스를 임명했다.
아사드 알 시바니 과도정부 외교장관은 “시리아 여성은 자신의 존엄성과 지위를 유지하는 자유로운 조국을 위해 수년간 고군분투해왔다”며 “우리는 여성의 대의와 함께 설 것이며 그들의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현재 미 국무부는 미국인의 시리아 투자 금지, 시리아산 석유 또는 석유 제품 수입 금지, 시리아산 석유 관련 거래에 미국인 관여 금지 등 여러 경제 제재를 시리아에 부과하고 있다. 바바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이달 20일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뒤 “우리는 시리아의 여성과 다양한 민족 및 종교 공동체를 포용하는 대표성 있는 정부가 탄생하길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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